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이 폭염만큼 뜨겁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경매 시장도 들끓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3.7%로, 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곳곳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경매시장에선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전용면적 101㎡는 지난달 8일 2차 매각일에 감정가(17억9200여만원)의 103.9%인 18억6100여만원에 매각됐다. 지난 5월 1차 매각일엔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1회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14억원대로 떨어지자 응찰자 12명이 몰렸다.
경매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응찰자가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전용 54㎡는 한 차례 유찰도 없이 낙찰가율 114%인 21억원대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단지 동일 평형의 호가는 22억~24억원대다. 청담동 진흥아파트 전용 137㎡도 1차 매각일에 감정가(32억원)를 웃도는 34억5600여만원(낙찰가율 108%)에 팔렸다. 입찰보증금만 감정가의 10%인 3억2000만원에 달하는데 고가 아파트임에도 8명의 응찰자가 입찰에 참여했다.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에선 경매 물건이 나올 때마다 낙찰가가 오르고 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에만 2건의 동일 평형 매각이 이뤄졌다. 둘 다 감정가는 20억원이었지만 지난달 15일 매각된 첫 번째 물건은 21억1000만원(낙찰가율 105.5%)에 낙찰됐고 두 번째 물건은 지난달 22일 21억6000만원(107.7%)에 매각됐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고공행진하는 건 아파트 매도호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경매시장에서 입찰 기준으로 삼는 감정가는 통상적으로 매각일보다 6개월, 길게는 1~2년 전 평가가 이뤄진다. 감정평가 시점과 경매 매각일의 시차가 있는 만큼 매매 시장 호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경매시장 물건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성동구가 0.58% 오르며 서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송파구(0.53%), 서초구(0.52%), 강남구(0.37%) 등이 뒤를 이었다. 마포구(0.35%)와 용산구(0.33%)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은 서울의 낙찰가율 상승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87.3%)보다 2.2%포인트 상승한 89.5%를 기록하며 90% 돌파를 앞두고 있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10.7명)보다 1.1명이 증가한 11.8명으로, 8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높은 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경기 동두천 송내동의 송내 주공 전용 60㎡로, 총 53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감정가(1억 5500만원)의 94.5%인 1억40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1호선 지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한 차례 유찰돼 최저가격(1억여원)이 전셋값 수준으로 떨어지자 소액 투자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로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물건도 경기 하남에 있다. 망월동 미사강변도시 18단지(전용 84㎡)엔 48명이 입찰해 낙찰가율 103.7%인 8억8100여만원에 손바뀜했다. 3위 역시 경기 수원 영통구의 망포마을 현대2차 아이파크(전용 84㎡)가 차지했다. 이 물건은 총 47명이 응찰에 나서 감정가(6억2600만원)의 89.1% 수준인 5억 5700여만원에 팔렸다.
서울, 경기 등에 비해 낙찰가율이 낮은 인천도 지난달 낙찰가율이 전달(78.6%) 대비 3.1%포인트 오르며 81.7%로 집계됐다. 신축급 대단지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면서 낙찰가율이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통상 7, 8월이 비수기임에도 서울 경매시장은 요즘 날씨만큼 뜨겁다”며 “서울만 보면 확실히 바닥을 다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여전히 찬 바람 부는 곳이 많고 경매 진행 건수가 증가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며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등이 커진 만큼 오는 4분기에 방향성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