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본은 조직 구성원의 근로환경·다양성, 인권·안전 등 기업 성과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자본을 말한다. 국내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E(환경) 분야 공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해외에선 이미 'S(사회)' 분야에 속하는 '인적자본 공시'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이다.
인적자본은 조직 구성원의 근로환경·다양성, 인권·안전 등 기업 성과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자본을 말한다. 다만 국내에선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오히려 2026년 이후로 늦춰진 상태다. ESG 공시 제도를 안착시키려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홍 선임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인적자본 공시 가이드라인 'ISO 30414'를 활용하고 있다. ISO 30414는 11개 항목과 58개 세부 지표로 구성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속가능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인적자본 가치를 산출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는 취지에 따라 마련됐다.
ISO 30414는 △규정 준수·윤리 △비용 △다양성 △리더십 △조직문화 △건강·안전·웰빙 △생산성 △채용·이동성·이직 △기술·역량 △승계계획 △인력 가용성 등의 항목을 제시한다.
세부 지표들을 보면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불만과 징계처분 건수·유형, 채용·이직 비용, 연령·성별·장애, 구성원 몰입도·만족도, 근무 중 사망자 수 등 내용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직위당 서류전형 통과자 수와 빈 보직이 채워지는 기간, 이직률, 이직사유, 연수 참여율, 결근 일수 등의 사내 현황도 공시해야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세계 4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인 스테이트스트리트는 투자를 결정할 때 인적자본을 우선순위로 삼아 판단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용 중이다.
유럽연합(EU)도 기업의 비재무정보 보고지침을 제정할 때 인정자본 공시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EU는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FRD)를 시행한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지속가능성정보 공시 지침'(CSRD)을 제안했다. 이 지침 중 인적자본 항목은 노동 조건·대우, 인권 관련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도 지난해 유가증권 보고서에 인적자본 정보 기재를 의무화했다. 일본에선 대체로 ISO 30414를 따르고 있다. 일본 기업의 인적자본 공시엔 인적자원 채용·유지, 안전·건강 정책, 관리직 여성 비율·임금 차이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인적자본 공시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내년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미뤘다.
다만 일부 국내 기업들도 이미 인적자본 공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특히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국내 최초로 미국 인적자원 분석 전문기업인 HCMI로부터 ISO 30414 검증을 받아냈다.
홍 선임연구원은 "결국엔 국제표준에 맞춰서 기준이 정해지는데 특히 ESG의 경우 계속 국제적 정합성에 맞춰서 바뀌어 간다"며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ISO 30414 최초로 검증받은 게 의의가 있는 만큼 다른 기업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아직 인적자본 공시에 대해서 본격 논의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에서도 "국제적으로 인적자본 정보의 정량화와 공시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국제적 정합성에 따라 인적자본 정보 공시 항목과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인적자본 공시를 위해 ISO 30414 국제표준을 활용하고 있어 이를 참고해 기업들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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