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1위' 자리를 놓고 에이스와 시몬스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지난해 공시 매출 기준으로 에이스를 처음 제친 시몬스는 올해 두 차례의 가격 인상과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고 에이스는 매장 임대 방식이었던 자코모 소파를 직매입으로 바꾸는 등 '숫자 끌어올리기' 싸움에 돌입했다. 침대업계에서는 "두 형제간 1, 2위 다툼이 올해 가장 치열한 데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도 달아올라서 진흙탕 싸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매출 증가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달 에이스스퀘어 매장에 입점한 자코모, 에싸 브랜드의 소파를 '위탁 판매'에서 '직매입'으로 바꾼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2021년부터 자코모 소파를, 지난해부터 에싸 소파를 에이스스퀘어 일부 매장에 들여놨다. 그동안 위탁 판매여서 소파의 판매 수수료만 매출로 잡힌 반면 직매입으로 바꾼 올해 하반기부터는 소파의 소비자가가 에이스침대 매출에 포함되게 된다. '매출 부풀리기'를 위해 판매 방식을 바꾼 것이란 문제제기다. 에싸는 지난해 매출 1074억원, 자코모는 840억원을 올린 국내 1, 2위 소파 브랜드다.
이에 대해 에이스침대측은 "위탁 판매는 사후서비스(AS)나 프로모션 등에 제한이 있어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에이스가 책임지기 위해 직매입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자코모는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점시켜 현재 24개점, 에싸는 지난해부터 들여놔 10개점에만 판매 중"이라며 "게다가 직매입으로 바꾼 시점은 7월이기 때문에 상반기 매출엔 판매 수수료 정도만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몬스는 여름 프로모션, 가을 신혼부부를 위한 프로모션 등을 내걸고 20~30%가량 할인해주고 있다. "무이자 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여럿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인상된 가격 안에 다 포함돼있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스침대의 '하이브리드 테크 레드' 킹 사이즈는 2017년 1월 265만1000원에서 현재 354만6000원으로 33.7% 올랐다. 같은 기간 시몬스의 '뷰티레스트 윌리엄' 라지킹 사이즈는 367만원에서 756만원으로 105.9% 뛰었다.
이에 대해 시몬스측은 "2년간 동결된 가격에 대해 올해 1월에 인상한 것은 맞지만 7월엔 스프링을 바나듐 포켓스프링으로 교체하는 등 제품 자체가 바뀐 것"이라며 "프로모션은 매년 시즌마다 진행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쟁이 과열될수록 '매출 밀어주기' 관행도 경쟁적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말 매출을 내년으로, 혹은 내년 배송할 물량의 매출을 연말로 앞당겨오는 방식으로 '특정 연도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것. 가구는 계약 시점과 배송 시점이 다른 데다 계약금만 받는 방식, 전액 납부 방식 등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밀어주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침대업계에선 올 하반기 매출이 결국 1위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을철 혼수 수요가 있는 데다 연초 이사, 결혼 등을 앞두고 미리 계약하려는 수요 때문에 보통 하반기 매출이 더 높은 편이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고(故)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가 시작해 두 아들이 물려받았다.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에이스침대를,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시몬스를 운영 중이다. 두 회사간 매출 차이는 매년 좁혀지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몬스가 에이스를 꺾었다. 하지만 에이스침대는 대리점 133곳, 백화점(직영) 73곳, 온라인 25곳 등 총 231개 매장 가운데 대리점이 절반을 넘는다. 에이스침대가 대리점에 판매하는 제품 도매가는 실제 소비자가격과는 28%가량 차이가 난다. 가구는 판매자표시가격제로 판매하는 제품군으로, 실제 판매자인 대리점주가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 즉 도매가보다 28%를 높인 '권장소비자가격'으로 팔 수도 있고 이보다 할인한 가격에 팔 수도 있는 것이다.
시몬스도 2018년까지는 대리점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다가 2019년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매출액은 도매가가 아닌 소매가로 집계하고 있다. 현재 매장 수는 140여곳이다.
국내 대형 가구 브랜드 관계자는 "1위 다툼이 치열한 것은 불경기일수록 1위 브랜드에만 몰리는 소비자 심리 때문이기도 하다"며 "건설경기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구업계에서 특히 매트리스는 형제간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될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