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것처럼 어지럽고 울렁거려요.” 지난 4일 경기 안양시의 현대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A씨는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작업열외권’을 신청했다.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이날 안양의 낮 최고 기온은 36도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요청받은 즉시 응급조치를 한 뒤 활력 징후를 체크했다. 현장보건관리자로부터 ‘기력 저하가 염려된다’는 진단을 받자 즉시 귀가 조치했다. A씨는 이날 받기로 한 노임의 일부 보전을 받았다.
산업계가 역대급 폭염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폭염으로 다수의 환자가 생기거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서다. 과거 작업 효율을 우선하던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혹서기 안전사고가 많은 건설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지난 5일 기준 총 9건인데, 이 중 6건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온열질환 증상을 느낄 때 스스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도입하고 있다. DL이앤씨의 현장 근로자는 현장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활용해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GS건설은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옥외 작업뿐 아니라 옥내 작업도 일부 중단한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공사비용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가뜩이나 경기 악화로 고전하는 건설업체들이 폭염·우기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인한 비용 상승, 시공 품질 하락 등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며 “안전 대책 강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로 인한 공사비용 상승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쇄공간 작업이 많은 물류업계와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쿠팡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올해 12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 에어컨을 물류센터 내 집중 근무지역에 추가 설치했다. 체감 온도에 따라 단계별로 휴게 시간을 확대했고,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무인운반설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온열질환 민감군 직원을 선별해 휴식 시간을 추가로 주고 있다. 홈플러스는 주차·카트, 후방재고 등 현장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아이스 조끼와 머플러를 제공한다.
김소현/오현우/안정훈/라현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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