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군에 따르면 전날 귀순한 북한 주민 한 명은 썰물로 물이 빠진 한강하구 남북 중립수역을 걸어서 교동도로 이동했다. 우리 군은 이 주민이 북측에서 출발할 때부터 감시했고 귀순을 유도했다고 한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에 따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인근에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인근까지 만들어진 약 67㎞ 구간이다. 폭이 가장 좁은 곳은 900m에 불과하고, 썰물 때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지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역 남쪽에 있는 교동도는 북측 황해도 연백군과 거리가 2.5㎞가량에 불과하다.
중립수역을 통해 교동도로 귀순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2017년에는 20대 초반 남성이 이런 루트로 귀순했다가 2020년 다시 월북하는 사례가 나왔다.
2014년 8월엔 부자(父子)가 나란히 헤엄쳐 교동도로 들어왔다. 2013년 8월엔 북한 주민이 교동도 민가까지 들어와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탓에 군의 허술한 경계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유도한 작전”이라고 언급하면서 경계 논란에 선을 그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걸어서’ 내려왔다는 건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브로커를 끼고 중국을 거치는 경로보다 훨씬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 내부가 발칵 뒤집혔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소요 사태 시 이렇게 걸어오는 게 ‘대량 탈북 루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탈북은 우리 군이 가동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출력 스피커를 쌓은 형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기상 상태가 좋으면 20㎞ 떨어진 곳에서도 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소식통은 다만 “이 주민의 본래 거주지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확성기 방송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심리전에서 확성기 방송 효과를 보려면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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