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지사와 가까운 친노·친문 성향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들은 환영의 메시지를 내놨다. ‘원조 친노’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김두관 전 의원은 9일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대환영한다”고 했다. 이번엔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았지만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2년 전 윤석열 정부가 김 전 지사에 대해 복권 없이 잔여 형기(5개월)만 면제해주자 “못나도 이렇게 못날 수가 있을까”라며 복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김 전 지사 복권이 야권을 분열시키기 위한 정권의 노림수라고 판단해 강성 친명들은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의 정치적 활동을 보장해야 하고 환영한다”면서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을 하는 건 떨떠름하기는 하다.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명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처럼 당내에 이재명 전 대표의 대권 경쟁자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누구라도 있는 상황이 ‘이재명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이 던진 야권 분열의 씨앗이 이재명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다”며 “오히려 ‘생큐’”라고 했다. 다른 친명계 재선 의원도 “숲(정당)에는 나무(대권주자)가 많아야 한다”며 “나무가 우거져야 좋은 숲”이라고 했다.
여기엔 김 전 지사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비명 세력이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뭉쳐도 ‘이재명 친정 체제’를 흔들기에는 세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친노·친문 그룹이 물밑에서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소 성격상 김 전 지사가 당을 균열시킬 정치 행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한몫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가 과연 86 운동권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물인지’ 의구심도 제기한다.
하지만 ‘비명횡사’ 공천을 직접 겪은 친노·친문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한 한 수도권 전직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 권력 지형에서는 감히 다른 상상을 하기 어려운 게 맞다”면서도 “친노·친문계에 적통성이 있는 김 전 지사라면 그게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총선 이후 지리멸렬해진 비명계가 김 전 지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응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차 분수령은 9~10월로 예상되는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1심 판결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2기 체제’가 본격적인 사법리스크 영향권에 들어설지 결정되는 시점이다. 한 야권 인사는 “아무리 이재명 체제가 견고하다고 해도 위기는 올 수밖에 없다”며 “그때 대안으로 김 전 지사가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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