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옆에 있어서 지칠 수가 없었어요."
2024 파리올림픽에서 두번째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20)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유빈은 10일 전지희, 이은혜와 함께 대회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3-0으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탁구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수확한 단체전 메달이다.
이번 올림픽 내내 신유빈은 그 누구보다 강행군을 치렀다. 15일간 치른 경기만 14개. 개막 다음날인 27일부터 신유빈은 거의 매일 경기를 치렀다. 혼합복식, 여자단식에 잔체전까지, 신유빈은 출전할 수 있는 3개 종목에 모두 나섰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른 날도 이틀이나 된다. 휴식일은 단 3일 뿐이었다.
체력이 바닥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날 3위 결정전에서 전지희와 1복식에 나선 신유빈은 두 언니를 생각하며 버텼다. 신유빈은 "조금은 지쳤지만, 단체전이어서 더 정신적으로 버티려고 했다"면서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까 지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눈앞에 다가온 메달도 신유빈의 집중력을 지켜줬다. 그는 "눈앞에 메달이 보이니까 좀 더 이겨내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집중력을 다 쓴 것 같아서 좀 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삐약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스타로 떠오른 신유빈은 그 뒤 3년간 치열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냈다. 혼합복식에서는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따냈고, 여자단식에서도 4강까지 올랐다.
신유빈의 활약과 함께 일거수 일투족도 화제가 됐다. 경기 중간중간 바나나와 에너지겔을 먹는 모습은 전세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삐약"이라며 기합을 넣던 소녀는 이제 올림픽 무대를 휘젓는 '강자'가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김택수, 현정화 이후 32년 만에 단일 올림픽 무대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한국 탁구 선수가 됐다. 신유빈은 "이런 큰 대회에서 동메달 결정전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세 번이나 했다. 이것보다 큰 경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와 시합을 뛴 게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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