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특허담보로 '자금·수익' 두 마리 토끼 잡자

입력 2024-08-11 17:13   수정 2024-08-12 00:32

아마존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대규모 특허 침해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의 발단이 된 특허 기술은 ‘인공지능(AI) 음성 기술’로 국내 중소기업 파워보이스라는 곳이 개발했다. 원고 측은 아마존이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이 파워보이스 기술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파워보이스는 투자 유치와 KT와의 협업으로 성장을 거듭하다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그러자 자금 확보를 위해 특허담보 대출을 받았다.

특허담보는 특허권을 담보물로 활용해 은행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기술금융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직 신용등급이 낮고 부동산과 같은 담보물도 없는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면 이 제도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은행은 특허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출을 제공하는데 이후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담보물인 특허권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난감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수전문기관’을 세워 부실 담보물을 매입, 은행 손실을 경감해 주고 있다. 회수전문기관이자 특허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특허관리전문기업으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라는 곳이 있다. ID는 지난달 아마존을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해 파워보이스의 특허담보 우수성을 확인하고 관련 해외 특허권이 수익화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이처럼 특허담보는 자금력 확보는 물론이고,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그중 옥석을 가려내 소송 등으로 특허담보 평가액의 수백 배 수익을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줄 수 있다. 소송이 성공한다면 ID사의 ‘진흙 속 진주 발굴’ 역량이 빛날 것이다.

첨단무기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듯 특허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좋은 특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업에 전략과 수익원을 제공하는 특허관리업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하나의 지식 서비스로 정착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특허관리업이 ‘특허괴물’로 불리며 부정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해외 특허관리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우후죽순 소를 제기하고, 최근 삼성전자 IP센터장이 퇴직 후 특허관리회사를 설립해 내부 기밀 정보로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련의 사건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국내 기업이 특허관리전문기업으로부터 제기당하는 소송은 매년 100여 건 안팎으로 전체 특허소송의 85%를 차지한다. 피소자 대부분은 대기업이지만 중소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특허청은 해외 특허관리전문기업의 분쟁위험 정보를 우리 기업에 제공해 지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공세를 할 법하지만 특허관리전문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국내 업계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수준이고 기술금융 환경도 개선됐다. 한국 기업들이 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 해외 특허소송에는 적어도 수십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해외 주요국과 달리 국내에선 이렇다 할 투자자가 없다. 그 결과 국내 특허관리기업이 수천억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도 수익 대부분은 해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특허관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버리고 특허에 과감히 투자할 자본가를 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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