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이 당초 목표(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50명이 참가한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선수단을 파견했다. 22개 종목, 144명에 불과했다.
대회 시작 전 기대가 크지 않다 보니 파리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를 합쳐 3%에 불과했다. 도쿄올림픽 때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무더운 날씨로 꽉 막힌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 선수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격에서는 올림픽 최연소 선수인 2007년생 반효진 선수가 금메달을 땄는데, 이 메달이 한국 올림픽 역사상 100호 금메달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양궁에서는 5개 종목 모두 금메달을 휩쓸고, 김우진 선수와 임시현 선수가 3관왕을 달성하며 세계 최강의 위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유독 칼, 총, 활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종목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우리가 예로부터 칼, 총, 활을 잘 다루던 민족으로 “아마 DNA에 이런 능력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돌았다. 정말 그럴까. 조선시대 김홍도의 그림을 살펴보며 그 이유를 알아보자.
그림 속에서 왼쪽에 있는 한 교관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자칫 잘못 활을 쏘지 않도록 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오른편 위쪽의 사내는 한쪽 눈을 감고 화살이 휘어지지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고, 그 아래의 사내는 활시위를 고르는 듯하다.
이들 세 사내의 진지한 모습과 달리 정작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의 표정은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심지어 오른손으로 활을 잡은 것으로 보아 왼손잡이인데, 발의 자세는 반대로 돼 있다. 이 자세로는 제대로 힘이 실리게 활시위를 당길 수 없을 것 같다. 김홍도의 실수인지, 웃기려고 그린 풍자인지 알 수 없다. 아마 활쏘기는 선비가 배워야 할 과목인 육예(六藝·禮, 樂, 射, 御, 書, 數)로 중요한 만큼 쉽지 않다는 점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평상시 활은 사람의 마음을 가다듬는 수양의 한 방법이지만, 전쟁 때는 나라를 지키는 무기가 됐다. 긴 창과 도(刀)를 자랑하는 중국이나 검(劍)을 즐겨 쓰는 일본은 가까이서 직접 맞이하고 싸우는 살상 무기를 많이 사용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침략을 멀리하고, 상대국의 침략에 맞서 적을 쫓아내는 데 주로 활을 이용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의 내재근육와 아래팔 근육(전완근)이 발달해 활, 총, 칼과 같은 무기를 더욱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무한한 노력과 열정, 협회의 공정한 선발 과정과 평가가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뒤엎고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민족의 저력을 느꼈다. 이러한 저력이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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