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396억원어치를 팔았다. 급락 장세가 처음 나온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2일 8452억원어치 순매도에 나선 외인은 5일 1조453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블랙 먼데이’를 주도했다. 다만 이후 매도 규모는 6일 1338억원, 7일 756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8일엔 5320억원으로 순매도액이 늘었지만 9일 32억원 ‘팔자’에 그쳤다.
외인 자금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은 2~5일 49억58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지만 6일에는 10억7800만달러 순매수에 나섰고, 7일에는 2억1300만달러 순매도로 매매 규모를 줄였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로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사들이는 등 자신감을 보이던 외국인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리스크 요인이 드러나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의 본격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 복귀가 필수적이지만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 매수세 없이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국인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했다고 확인된 후에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종목들이 반등하면서 국내 반도체 주식으로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는 것은 반가운 대목이다. 외국인은 2~8일 삼성전자를 1조8659억원, SK하이닉스를 6392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빅테크 주가가 일제히 뛴 다음날인 9일 각각 417억원, 1672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종목에서 외국인 자금 복귀의 계기를 마련해야 지수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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