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수익 악화…고객 1인당 매출 '뚝'

입력 2024-08-11 18:39   수정 2024-08-12 01:57

통신사의 수익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했다. 휴대폰 가입자 한 명을 확보했을 때 거두는 매출의 평균이 3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정부의 ‘통신비 인하’ 주문이 겹친 영향이다.

매출 단가 2만원대로 주저앉아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의 올해 2분기 무선 사업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2만9276원에 그쳤다. 1년 전 3만726원보다 4.7%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ARPU가 3만원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떨어진 것은 위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통신비를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ARPU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RPU가 줄어든 곳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두 곳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분기 2만9920원에서 올해 2분기 2만9298원으로 2.1% 감소했다. 이 회사의 3만원대 ARPU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2분기부터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LG유플러스의 ARPU는 지난해 2분기 2만8311원에서 올해 2분기 2만4023원으로 15.1% 급감했다.

KT의 ARPU는 전년 동기보다 1.6% 오른 3만4507원을 기록했지만 산정 기준이 다르다. 이 회사는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상태에서 ARPU를 계산한다. 사물인터넷은 회선당 단가가 월 기준으로 수천원 선에 불과하다. KT의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비명…영업이익도 뚝
ARPU 감소와 맞물려 통신사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KT는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4.3% 줄어든 49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기간 11.8% 감소한 영업이익 254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SK텔레콤이 유일하게 전년 동기보다 16% 많은 영업이익 5375억원을 거뒀지만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배경이 비용 절감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2분기에 투입한 마케팅 비용은 7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문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5G(5세대) 중간 요금제를 신설했고, 올해는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4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낮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통신 3사에 마케팅 비용 투입을 늘려달라고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13만원을 초과하는 비싼 요금 구간은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요금제만 낮아졌다”고 토로했다.

통신 비즈니스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시장이 줄어들기 시작해서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신사업이 무선 사업의 손실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가 향후 통신사 실적의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통신사의 설비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와 메이슨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통신사의 평균 ARPU는 약 6만1100원이다. 같은 시기 한국 통신사의 평균 ARPU는 3만8000원에 불과하다. 통신사의 1인당 설비 투자 수준도 미국은 약 34만5500원, 한국이 16만3200원으로 차이가 컸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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