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휴전선에서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획득하고 있다. 경사면에서는 신속히 움직일 수 있는 로봇 카메라를 이용하고, 나무를 관통할 수 있는 특수 레이더도 사용한다. 수집한 정보는 AI 경계작전센터로 보내 탐색한 물체가 노루나 멧돼지 같은 동물인지, 혹은 사람인지를 판별한다. 북한군 병사가 탈북하려는지 아니면 침략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5사단 실험 관계자들은 AI 시스템이 완성되면 북한군의 침략 행동이 나타날 경우, 어떤 공격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AI가 알려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AI 과학기술 군대’를 육성해 병사들이 철책선을 지키던 일을 AI 경계 시스템에 맡길 계획이다. 현재 248㎞ 길이로 동서에 뻗어 있는 휴전선 감시는 전체 병력의 20%가량인 10만 명이 담당하고 있다. AI 경계 시스템을 활용하면 병사 수는 3만~4만 명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 감소로 병사 수가 줄고 있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AI 활용은 필수적이다. 국방에 관련된 정보가 약 200만 건이고 지형(地形) 정보가 약 20만 건으로 이들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2026년까지 휴전선 전역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휴전선 경계에 AI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북한도 AI의 군사적 이용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이 조약에는 AI를 활용한 과학기술 분야 협력이 포함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은 무인기에도 AI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북한보다 더 뛰어나게, 더 광범위하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 국방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북한 관련 빅데이터를 얻는 수단에는 통신 감청과 비행 정보, 레이더 정보, 인공위성 정보 등이 있다. 레이더 장비도 북한보다 뛰어나고 인공위성 수도 많아 유리하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맹방인 미국이 세계 최고 인공위성인 ‘KH-12’ 위성을 보유하고 있어 5㎝급 지상 물체까지 탐지할 수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이런 위성 정보를 한국이 공유할 수 있는 만큼, 한·미동맹을 통해 휴전선을 방비하는 데 우수한 AI 정보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첩보위성 4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은 2025년이면 10기를 확보하니 한국보다 정보 수집에 유리하다. 통신감청 부대도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촘촘히 깔려 있다. 심지어 부산 앞바다에 있는 쓰시마에도 통신부대가 설치된다. 일본과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 축적에 도움이 된다면 과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세밀한 정보 획득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이다.
선진국들은 국력을 총동원해 AI 정보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기관으로 디지털청까지 만들면서 AI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와 민간 기관이 힘을 합친 ‘AI 부처’를 설립해 AI 시대를 대비하고 관련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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