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대상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인 디딤돌대출의 금리가 이달 최대 0.4%포인트 오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뛰자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6일부터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의 금리를 0.2~0.4%포인트 인상한다고 11일 발표했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4억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 대출의 금리는 연 2.15~3.55%에서 연 2.35~3.95%로 조정된다. 무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상품인 버팀목대출의 금리도 연 1.5~2.9%에서 연 1.7~3.3%로 오른다. 소득 구간이 높을수록 금리 인상폭이 커지는 구조다.
최근 이자 비용이 낮은 디딤돌대출에 수요가 몰리며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금 대출금리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간 과도한 차이가 최근 주택정책금융 증가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디딤돌대출 금리가 연 2.15~3.55%에서 연 2.35~3.95%로 0.2~0.4%포인트 오른다. 서민 주거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소득 구간에 따라 이자율이 차등 인상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구간의 일반 디딤돌대출 금리(만기 30년 기준)는 연 2.7%에서 연 2.9%로 0.2%포인트 오르지만, 8500만원 이하 구간은 3.55%에서 3.95%로 0.4%포인트 상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은행권의 주담대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71%다.
최저 연 1%대 수준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금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도시기금 대출 공급액 28조8000억원 중 신생아 특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4조원) 수준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약 절반이 대환(대출 갈아타기) 목적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우대금리라는 ‘당근’을 제공해 대출 규모를 조정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디딤돌대출 차주가 대출 실행 1년 뒤 원금의 40% 이상을 중도상환하면 금리를 0.2%포인트 깎아주는 게 대표적이다. 대출 한도의 30% 이하만 빌리면 금리를 0.1%포인트 할인해준다. 정부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빌리고 여건에 맞게 빨리 상환하도록 유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책금융대출 수요자는 울상을 짓게 됐지만, 청약저축 가입자는 웃게 됐다. 국토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최대 연 2.8%인 청약저축 금리를 연 3.1%로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해서다. 정부는 약 2500만 명이 금리 인상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 11월 0.3%포인트, 작년 8월 0.7%포인트에 이어 이번에 0.3%포인트 인상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청약저축 금리는 총 1.3%포인트 올랐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날이 갈수록 분양가가 뛰고, 수도권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등 인기 아파트는 경쟁률이 치솟자 최근 청약 이탈자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0만6389명으로 집계됐다. 3월(2556만8620명) 후 3개월째 감소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청약 해지 증가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 밖에 청약저축 소득공제 및 비과세 요건을 무주택 세대주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청약저축 가입자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경우 저축액(연 300만원 한도)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내년 1월 시행될 전망이다.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 상향(10만원→25만원)과 미성년자 납입 인정 기간 확대(2년→5년) 등 조치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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