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민(21·한국체대)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에서 입상에 성공했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천441점으로 미첼레 구야시(헝가리·1천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천452점)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근대5종 선수가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부 전웅태(광주광역시청)의 동메달로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이 탄생했고, 이번엔 여자부에서 입상자가 나왔다.
특히 이전까진 근대5종 여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가 메달권에 진입한 적도 없어서 성승민은 '아시아 최초의 여자 근대5종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성승민은 근대5종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2003년생으로, 고교생으로 2021년 11월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다.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을 모두 해야 하는 근대 5종은 늘 선수 부족에 시달리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다른 종목에서 선수가 주로 발굴되고, 이른 나이에 성인 국가대표로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2022시즌 국가대표를 선발하며 파리 올림픽과 이후에 대비해 수영과 레이저 런(사격+육상) 성적이 뛰어난 고교생 유망주를 대표 명단에 포함했는데, 이때 성승민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시작한 성승민은 대구 체중에 진학한 뒤 교사의 권유로 근대5종으로 종목을 바꿨고, 중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고등학교 때도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으며 월등한 기량을 뽐낸 그는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아 한국 여자 근대5종의 미래로 떠올랐다.
수영의 기초가 다져진 데다 레이저 런 성적만으로는 고교 시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를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인 성승민은 성인 대표 발탁 이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지난해 5월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도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말이 장애물을 여러 차례 지나치는 등 고전한 끝에 승마 점수를 따내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으나 여자 근대5종을 이끌어 온 선배 김선우, 김세희와 뜻깊은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했다.
펜싱과 승마, 사격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며 준비한 이번 시즌 들어서는 대표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4월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연속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어 상승세를 타더니,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개인전 입상을 '금빛'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여자 계주에서도 김선우와 호흡을 맞춰 사상 첫 우승을 일궈내 한국 근대5종 여자부의 신기원을 열었다.
세계랭킹 1위를 달린 가운데 나선 생애 첫 올림픽에서도 기세가 이어졌다.
"많이 떨고 긴장하지만, 그러면서도 즐길 줄 아는 게 장점"이라고 스스로 꼽는 그는 펜싱 랭킹 라운드와 준결승까지는 올림픽의 무게감을 실감하며 사격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메달이 결정되는 결승에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경기장에 1만5천여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펼쳐진 결승전에서 그는 두 유럽(헝가리·프랑스) 선수에 이어 당당히 3위로 레이저 런 결승선을 통과,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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