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적자'로 평가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복권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당정이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야권의 분란을 겨눴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오히려 여권이 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12일 정치권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표가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하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상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의 지명으로 최고위원에 선임된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의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군대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니까 여당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복권은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 남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의 '반대 의견' 제시가 대통령 고유의 권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을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이 수천 명의 당원의 항의로 거의 도배가 되고 있는데 여당 대표나 여당 정치인들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며 "당정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전 지사가 자신의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사면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왜 복권을 시켜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어떤 정무적 판단했을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지도부 내에서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김 전 지사를 사면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이 사면했던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반대하고 나서는 게 조금 특이하고 의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 MBN '집중분석'에 출연해 "집권 여당 대표가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하니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한 대표가) 여당 대표의 지위에 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공개 충돌을) 걱정하는 분들이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복권 문제는 헌법에 부여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만 아니라, 고유 권한이라고 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과거 왕정 시대에 왕의 대사면의 일종"이라며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통해 국가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하는 한정적인 권한 행사"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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