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은 더 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은 기계화, 자동화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에 더해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농업 기술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계화는 기계를 개발해서 공급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양파와 마늘은 비닐을 씌워서 재배하지만, 이 비닐은 밭작물 기계화의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비닐을 덮지 않으면 잡초 관리가 어렵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준다. 이때는 수량 확보를 위한 재배 기술, 잡초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공학자가 아닌 재배학자의 영역이 된다. 마늘을 기계로 수확하면 손작업보다 줄기가 길게 잘린다. 수매업체는 줄기가 길면 사지 않거나 낮은 가격을 산정하곤 한다. 이건 유통과 경영과 맞닿는다.
기계, 장비와 운영프로그램을 갖췄다면 다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신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기업의 홍보·마케팅으로 농가 판매까지 이어졌다면 기반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재배 관리 기술과 운용의 묘를 더한 모든 기술이 온전히 농가에 이전됐을 때 비로소 기술 개발이 완료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기계로 수확한 마늘도 손품을 들인 것과 매한가지로 제값에 수매하는 의성농협의 사례처럼 인식 전환을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가 약한 분야의 기술을 민간 기업이나 해외 전문가들과 협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밀 품종 연구 기간 단축을 위해 ‘스피드 브리딩(Speed breeding)’ 기술을 개발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농진청은 호주의 연구진과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호주의 봄밀에 적용되는 기술을 응용해서 우리나라의 겨울 밀에 적용해 개량하였다. 그 결과 국산 밀 품종 개발 기간을 46% 단축할 수 있었다. 해외 연구진의 기반 기술에 우리의 핵심 기술을 접목하여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부서는 달라도 제품 개발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일관된 체계로 일한다. 농업 기술개발과 보급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지방농촌진흥기관, 대학, 농업인, 민간 기업은 물론 해외 전문가들과도 협력해야 한다.
농진청은 올해 농업 현안의 대안을 찾기 위해 ‘종횡무진 프로젝트’로 8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관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협업 문화 정착을 위해 협업 마당, 열린 소통공간(오픈랩)을 마련함은 물론, 성과평가 체계 등 제도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초고성능컴퓨팅센터는 민간 개방을 통해 농약 개발, 유전체 분석 등 농업부터 지역 의과대학의 영상의학 연구에도 활용되게 할 방침이다.
‘슈퍼맨’ 한 사람의 역할보다 ‘어벤져스’의 협력이 더욱 강조되는 세상이다. 농촌진흥청은 기술과 기술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융복합 협업을 통해 농업을 혁신하고 미래 성장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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