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전 에쓰오일 회장(사진)이 향년 82세로 12일 별세했다. 정유업계에서만 40년 이상 몸담으며 ‘한국 정유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1942년생인 김 전 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뒤 1963년 대한석유공사(SK에너지 전신) 공채 1기로 입사하며 정유 산업에 발을 들였다. 1974년 당시 그룹의 정유산업을 키우고자 했던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에 의해 발탁돼 쌍용양회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쌍용그룹에서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의 설립과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1991년 쌍용정유 대표로 취임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빅딜'을 성공시켰다. 아람코에 회사 지분 35%를 넘기고 4억 달러의 투자와 20년 원유 장기 공급을 보장받았다. 매해 흑자 경영을 달성했고 우수한 수출 실적으로 1996년에는 금탑산업훈장도 수상했다. 2000년 쌍용정유를 에쓰오일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도 김 전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07년까지 17년간 쌍용정유·에쓰오일 대표를 맡으며 '정유사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김 전 회장은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펼쳤다. 에쓰오일 대표직을 퇴임한 2008년에는 '빈곤의 대물림을 막자'는 취지로 미래국제재단을 설립해 가난한 대학생·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했다. 새싹멘토링 장학기금을 만들어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의료기관에 총 300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 새싹멘토링 장학기금은 단순히 장학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을 받은 대학생들이 저소득 중고등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장학사업과 멘토사업을 연계해 금전적 지원과 교육 지원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연구지원·시설 개선을 위한 기부도 했다. 국내 정유산업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장학사업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 김 전 회장은 2010년 서울대와 울산대부터 발전공로상을 받았다.
장례는 13일부터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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