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급강하…'난기류 날벼락'에 비상 걸린 하늘길

입력 2024-08-12 17:27   수정 2024-08-13 00:32

항공기를 위아래로 요동시켜 기내 사고 위험을 높이는 터뷸런스(난기류) 발생 빈도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로 더 뜨거워진 지상 공기가 비행기가 주로 다니는 고도 10㎞ 이상 성층권 기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올 1분기 발생 빈도가 1년 전에 비해 무려 80% 급증했을 정도다. ‘마른하늘의 난기류’가 항공사들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뜨거운 지구…‘예측 불가’ 난기류도 급증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국적 항공사들이 운항 중 겪은 난기류 횟수는 1만4820회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난기류(2만575회)의 72%에 달한다.

난기류가 잦아질수록 항공기 승객과 승무원 부상 가능성도 커진다. 항공기가 난기류를 피하거나 통과하려면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 항공사 손실도 상당하다. 올초 영국 레딩대 연구팀은 북대서양 항공노선 분석을 통해 “항공기에 심각한 수준의 영향을 줄 수 있는 난기류 지속시간이 1979년 연간 17.7시간에서 2020년 27.7시간으로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표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대류권(고도 10㎞ 이하)과 성층권을 오가는 ‘수직 기류’가 세졌다는 것이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표 온도가 높아지면 상승기류가 강해지고, 성층권의 하강기류가 만나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난기류를 ‘대류성 난기류’라고 부른다. 난기류는 발생 원인에 따라 대류성 난기류와 청천 난류, 산악지형 난기류 등으로 나뉘는데, 그동안 항공업계에선 맑은 하늘에서 발생해 조종사가 알아채기 어려운 청천 난류를 특히 위험하다고 여겨왔다. 예측모델 개발을 통해 청천 난류 위험도가 감소하는 반면 대류성 난기류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예측도 어려워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청천 난류는 발생 1~2일 전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고, 이에 맞춰 비행 항로와 비행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대류성 난기류는 현재 실시간 관측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항공사 리스크 된 난기류 사고
난기류 사고는 항공사들의 새로운 운항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는 미얀마 상공 1만1000m 지점에서 난기류를 갑자기 만나 100m 상승했다가 다시 50m 하강했고, 미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못한 승객이 위아래로 부딪치며 기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에 영국인 1명이 사망했고, 한국인 1명은 척추뼈가 골절됐다.

싱가포르항공은 이 사고로 다친 모든 승객에게 최대 2만5000달러(약 3420만원)를 지급했다. 천재지변에 대해선 항공사가 보상할 법적 책임은 없지만, 회사 평판을 지키려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몽골행 대한항공 항공기도 중국 톈진 상공에서 강한 난기류를 만나 15초간 항공기가 요동쳤다. 기내식이 쏟아졌지만, 다행히 승객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여서 중상자는 없었다.

사고에 앞서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의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착륙 20분 전에서 착륙 40분 전으로 앞당겼고, 오는 15일부터는 일반석에 대해선 컵라면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난기류 정보 공유 플랫폼에 가입해 대응하고 있다”며 “승객들도 기내에서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하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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