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꿰찬 '정피아'…끊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

입력 2024-08-12 17:55   수정 2024-08-13 01:41

4·10 총선이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나고 개각이 일단락되자 그동안 중단된 공공기관장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 낙선·낙천자 등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선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를 사실상 내정한 채 허울뿐인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부문에 전문성 없는 ‘정피아’(정치+마피아)를 대거 공공기관장으로 선임하면 공공기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2곳 공공기관장 선임 앞둬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이날까지 전체 공공기관 327곳 중 57곳이 기관장 선임 공고를 냈다. 문재인 정부 후반 무더기로 임명돼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기관장들의 임기가 올해 대거 끝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대부분 지난 4월 이전에 만료됐지만, 4·10 총선이 맞물려 인선 작업이 멈췄다.

총선 이후 개각까지 마무리되자 인선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후보로 언급되는 인사 중엔 지난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여당 정치인이 적지 않다. 금융권 공공기관이 포문을 열었다.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6월 신임 보험연수원장으로 내정됐다. 3년 임기에 연봉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사회운동가 출신 정치인인 하 전 의원은 보험산업과 어떤 인연도 없다. 주택금융공사 신임 사장 자리에도 정치인 출신이 거론된다. 주금공 사장은 최준우 현 사장(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주로 관료 출신이 맡아 왔지만, 이번엔 관례를 깨고 정치인이 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공공기관에선 해제됐지만 공기업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코스콤의 후임 사장에는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다른 공공기관도 정치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한국남동·동서·서부·남부·중부) 중 동서발전 사장으론 권명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남동발전 사장 후보엔 강기윤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농수산물 물가 관리의 첨병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임 사장엔 홍문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으론 안병길 전 국민의힘 의원이 거론된다. 두 기관 모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핵심 공공기관이다.
‘무늬만 공모’ 전락한 공공기관
공공기관장 선임은 기관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공모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심의한다. 이후 대형 공공기관은 주무부처 장관 제청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임추위 공모·추천 과정과 공운위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른바 ‘윗선’ 지시에 따라 내정자를 정해둔 채 ‘무늬만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 공공기관장 보은 인사는 늘 되풀이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무더기 선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정부에서도 이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기관장뿐만 아니라 상임이사·감사 자리까지 정치인이나 용산 대통령실 출신이 다수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무는 외면한 채 억대 연봉을 받으며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슬기/강현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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