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건 TCL의 매출 점유율이 크게 오른 점이다. 올 1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은 11.6%로 1년 전(9.8%)보다 1.8%포인트 늘었다. 출하량 점유율보다 매출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건 비싼 제품을 많이 팔았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31.9%→29.3%)과 LG(17.0%→16.7%)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줄어들었다.
TCL이 글로벌 TV 기업으로 점프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급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은 2019년 TCL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니 LED TV(백라이트에 LED를 쓴 LCD TV)다. OLED TV와 함께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제품이다. 삼성과 LG도 각각 QLED와 QNED란 이름으로 미니 LED TV를 내놓고 있지만, TCL만큼 많이 팔지는 못한다. TCL의 주력 제품인 98인치 미니 LED TV 가격이 비슷한 사양의 한국산의 절반에 불과해서다.
TCL의 고급화 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초 세계에서 가장 큰 115인치 미니 LED TV를 내놓은 데 이어 다음달에는 최고급 오디오 기업인 뱅앤올룹슨과 협업한 프리미엄 TV도 선보인다. 삼성과 LG가 꽉 잡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빼앗겠다는 의미다.
주력인 미니 LED TV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TCL엔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2027년께 미니 LED TV 출하량이 OLED TV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TCL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인공지능(AI) TV로 응수한다는 계획이다.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 여러 가전제품을 AI로 묶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것. LG는 주력인 OLED TV를 중심으로 웹 OS(운영체제)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전제품의 마지막 보루인 TV 시장마저도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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