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비롯한 정책 현안과 당정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마주앉아 장시간 대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 부부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도 배석했다. 정 실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주요 대화 주제는 원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번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는 엄청난 쾌거”라고 평가하자,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것이 토대가 돼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UAE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 정부 때 양국 관계가 위기에 놓였던 상황을 우려감으로 지켜봤고, 윤석열 정부가 그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도 지켜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파리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들이 거둔 성과를 언급한 뒤 “젊은 세대가 미래에 짊어질 부담을 덜기 위해 기성세대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기를 극복한 일화도 전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만찬은 당초 예정보다 1시간가량 길어진 3시간 정도 진행됐다. 만찬에는 한우갈비구이, 솥밥, 소고기된장찌개, 굴비구이, 잡채, 해물전 등이 올랐다. 메뉴는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직접 골랐다고 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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