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선 그간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다 소프트웨어산업 자체가 외부 클라우드를 구독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2019년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선 망 분리를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고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발생하면 나중에 제재하는 사례를 참고해서다. 그런데도 금융위는 10년 넘게 ‘갈라파고스 규제’를 유지해 오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하자, 4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이제서야 규제 개선 방침을 내놨다. 규제가 한 번 만들어지면 고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뒤늦었지만 규제가 풀림으로써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외부 생성형 AI를 활용해 가명 처리된 개인신용정보를 분석하면 은행, 자산관리,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대안신용평가 체계가 구축되면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회사나 핀테크 업체 자체적으로 AI 개발 및 보안 역량을 끌어올려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도 있다.
망 분리 의무화 규제 폐지는 금융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필요하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망 분리는 2006년부터 시행돼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보안에 대한 우려는 정보 중요도에 따른 규제 차등 적용이나 규제 단계 폐지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래 경쟁력이 AI와 클라우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린 만큼 이제는 ‘보안 철저’라는 과거 구호에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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