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밀려난 EREV를 10여 년 만에 소환한 건 리오토, 샤오미, 니오 등 중국 완성차업체였다. 리오토는 최대 1050㎞(L7 모델)에 이르는 주행가능거리를 앞세워 지난해 중국에서만 38만 대의 EREV를 팔았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이겨낼 신무기로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EREV를 선택한 이유다.
시장에선 EREV의 장점으로 △긴 주행가능거리 △전기차보다 저렴한 가격 △전기차와 똑같은 가속 성능 등을 꼽는다. 리오토의 EREV인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L7은 42.8㎾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가득 주유하면 1050㎞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 5(84㎾h·485㎞)의 절반에 불과한데 주행가능거리는 두 배가 넘는다. 지난 5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선보인 L6 모델의 주행가능거리는 1390㎞에 이른다.
배터리가 전체 전기차값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쓰면 그만큼 차값도 싸진다. EREV는 순수 전기차와 똑같이 모터로 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가속 성능이 뛰어나고 변속 충격도 없다. 통상 EREV는 별도 배터리 충전 케이블 없이 휘발유를 넣어 사용하지만,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충전 기능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처럼 휘발유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주변에 충전 인프라가 없어도 된다”며 “급가속을 많이 하는 내연기관 엔진과 달리 EREV 엔진은 회전 수와 부하가 일정해 이산화탄소도 상대적으로 덜 배출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고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2~3년 동안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고난의 시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누가 버티냐’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만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REV는 그렇게 하이브리드카와 함께 현대차·기아가 고민 끝에 찾은 신무기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그랜저, 싼타페, 아반떼, 쏘나타, 투싼 등 볼륨모델뿐만 아니라 스타리아, 팰리세이드 등에도 순차적으로 넣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40만8799대로, 사상 처음 40만 대를 넘었다. 현대차는 이런 점을 감안해 올 10월 완공하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에서 하이브리드카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EREV는 싼타페와 GV70에 가장 먼저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은 2026년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028년과 2029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픽업트럭(코드명 TE 및 TV)에도 EREV를 적용할 계획이다.
■ ER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Extended Range EV: 엔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기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를 구동해 동력을 얻는 차량. 전기차의 주행성과 내연기관차의 편의성을 모두 갖췄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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