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된다. 이에 따라 김 전 지사는 2027년 대선 등 주요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도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기업인 중에서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대표가 사면을 통해 잔여형에 대한 집행 면제를 받게 됐다.
정부 “미래로 나아갈 계기 마련”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정치인과 전직 주요 공직자, 경제인, 서민생계형사범 등 1218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감형, 복권을 재가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러 (여론) 왜곡 관련자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함으로써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을 일단락하고 통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김 전 지사, 여권에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을 사면해 정치적 균형을 맞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외에 박근혜 정부 당시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경찰청 정보·보안국장 등이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전직 국회의원 중에는 원유철·엄용수·노철래·염동열·박상은·신학용·권오을·송희경·이군현·홍일표·황주홍·박종희·박준영 전 의원 등 13명이 복권된다. 이외에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권선택 전 대전시장, 이기하 전 오산시장, 김시환 전 청양군수,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등도 복권 대상에 올랐다.
한동훈 반대에 갈등 불씨 남아
사면 대상자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 전 지사다. 그는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지사직을 상실했다. 2022년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잔여 형기(5개월)를 면제받았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공직선거법에 따라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을 잃은 상태였다. 이번 복권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면서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김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복권을 놓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재연된 여권에서는 여진이 계속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결정된 것이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논란 확대를 경계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면은) 대통령의 통치행위, 고유 권한이고 그 결단을 우리가 함께 존중해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경계했다.
최규옥 전 오스템 회장도 사면
한편 이날 사면을 통해 이동채 대표가 형 집행 면제를 받게 됐다. 이 전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 계좌로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1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8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과 조순구 전 인터엠 대표,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복권됐다.
아울러 정부는 여객·화물 운송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 행정 제재 대상자 총 41만7260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사면 효력은 15일 오전 0시부터 발생한다.
정소람/한재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