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뒤늦게 배터리社 공개한 벤츠

입력 2024-08-13 18:00   수정 2024-08-14 02:37

중국산 저가 배터리를 고가 전기차에 장착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뒤늦게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 정보는 회사 기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시작으로 BMW, 볼보 등 주요 경쟁사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데다 정부 압박도 거세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벤츠코리아는 13일 홈페이지에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면서 “소비자 및 시장의 요구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본사, 유관기관,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가 완료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국내에서 시판하는 모든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소유주들의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전기차는 8개 차종이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정차 중 불이 난 전기 세단 EQE는 300 트림에만 중국 업체인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고 EQE 350+, AMG 53 4MATIC+, 350 4MATIC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최상위 세단 모델인 EQS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됐다. CATL은 중국 1위 배터리 기업이다. 내수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위다. 하지만 파라시스는 글로벌 순위가 10위권 밖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코리아는 자사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당국의 조사에 협력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처음 내놨다.

전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부터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기한 없이 제공한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승용 및 소형 상용 전기차 전 차종이다. △절연저항 △전압편차 △냉각시스템 △연결 케이블 및 커넥터 손상 여부 △하체 충격·손상 여부 △고장코드 발생 유무 등 전기차의 안전과 관련된 총 9개 항목을 검사한다.

검사비는 무료이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고객은 전국 22개 직영 하이테크센터 및 1234개 블루핸즈, 기아 고객은 전국 18개 직영 서비스센터 및 757개 오토큐에서 예약 후 점검이 가능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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