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의 본질[김홍유의 산업의 窓]

입력 2024-08-21 14:05   수정 2024-08-21 14:06


최근 들어 잉여 인간에 대한 관심들이 매우 높다. 나 또한 강의 중에 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인가? 많은 이야기와 많은 의견들이 넘쳐난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대한 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드러난 현상이 혁신적 기술이나 파괴적 기술이므로 몇몇 핵심 기술을 나열하고 이것을 개발하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하는 분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런 단편적인 접근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여 본질을 호도(糊塗)한다. 산업혁명은 보다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본질적인 변혁 과정이며 그런 차원의 접근만이 제대로 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산업혁명의 첫 번째 본질은 인류가 자신의 신체나 동물을 이용하여 노동하던 시대에서 기계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노동 생산성이 몇백 배에서 수천 배로 향상되었다. 인류가 풍요로워진 대가로 건강과 기대수명을 얻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포기했다. 인도에서는 손으로 실을 짜면 45kg을 가공하는 데 5만 시간 이상 필요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1779년 크럼프턴이 뮬 방적기를 발명한 이후 작업 시간이 2000시간으로 줄어들고 1795년에는 300시간, 1825년에는 13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1972년에는 4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두 번째 본질적인 변화는 기계의 군사적 활용이다. 증기 군함과 총, 대포의 정교함은 산업화된 국가의 야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그렇지 못한 국가는 식민지로 전락하거나 학살되었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싸워 왔던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파괴적 기술은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바뀌었다. 귀족 중심 전투에서 국가 단위 전쟁으로 변화되었다. 대니얼 R 헤드릭은 아편전쟁 당시 영국의 고작 120마력짜리 증기 군함이 거대 중국을 집어 삼킨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였다고 했다. 이것이 파괴적 기술이고 전쟁 양상의 변화다.

세 번째 변화는 인간성 변화이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탄생하여 오랜 수렵채집 시기와 농경시대를 거치면서 본능적으로 목가적인 풍경을 그리워한다. 무엇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단위 시간당 생산성이 지상 최고의 덕목이 되었다. 산업혁명은 공장에 들어간 소녀가 새벽 3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퇴근하였고 하루 19시간 일했으며 아침 식사 시간이 15분, 저녁 식사 시간이 30분, 물 마시는 시간으로 15분을 주어졌다. 1960년대 우리나라 청계천 노동자의 이야기 아니라 민주주의와 산업혁명을 꽃피운 영국의 이야기다.

그만큼 산업혁명 과정은 가혹했고 인간 본질과 마주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이한 현상과 마주하게 된다. 인류가 천형(天刑)처럼 여겼던 가난에서 탈출하고 드디어 ‘맬서스 함정’에서 벗어나게 된다. 즉 인구가 증가하면 가진 자원의 부족으로 부(富)가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내부의 긴장감과 갈등이 고조되어 전쟁이나 내란으로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에서 스스로 벗어나 아무리 인구가 증가해도 부가 줄지 않은 신기한 현상인 수확체증법칙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 250만 년의 경제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주 오랜 시간,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부(富)가 아무런 변화 없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늘에 비가 오지 않거나 조금만 기후가 변해도 굶어 죽는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 0.01% 시간에 인류 부의 97%를 달성한다. 우리나라는 1977년 통일벼가 보급되고 나서야 배고픔을 면했으니 5000년 중 고작 50여 년이 안 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전 세계에 가난한 나라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의 국민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우리는 또다시 K-방산을 비롯한 AI 등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은 1차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하다고 한다. 규제만 풀어도 우리의 산업혁명은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역설적으로 살펴보면 혁신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이다. 시장의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테스트베드가 없음이 문제이고 자본이 부족해서, 인재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센티브로 천재가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4차 산업혁명은 패러다임의 변화이고 가치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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