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오업계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투자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자금경색이 풀릴 조짐이다. 다만 국내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국내와의 온도차가 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세계적인 바이오텍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텍이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총 11건 44억달러로 2022년(22건, 35억달러)과 2023년(16건, 29억달러) 연간 수치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VC를 통해 자금조달한 규모도 141억달러로 연말까지 2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22년(279억달러)과 2023년(235억달러)을 능가하는 규모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를 "어둠에서 새벽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질환별로 보면 암 영역이 여전히 VC 자금조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경학, 당뇨.비만으로 대표되는 내분비·대사, 자가면역질환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질환별 VC 펀딩 규모는 암은 138억3600만달러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뒤를 이어 신경학은 39억7100만달러, 내분비·대사는 28억6600만달러, 자가면역질환 28억29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치료접근법(모달리티) 별로 보면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리간드치료제(RLT) 분야로는 투자가 몰렸지만 세포·유전자치료제(CGT)는 투자 열기가 식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약개발 등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로도 자금이 많이 몰렸다. 풀린 자금이 우량하고 유망한 분야와 기업에만 몰린다는 점은 한계다.
중국 바이오업계는 미국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인 '생물보안법'여파로 투자가 급감했고 유럽의 경우 미국 VC 자금이 공급되면서 자금난을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협회는 "금리 인상이 멈추고 하락 추세를 보이는 점도 제약·바이오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7월 말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국내 VC 투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바이오·의료에 대한 VC 신규 투자는 4208억원으로 전년 동기(3665억원) 대비 14.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전 산업분야에 대한 VC 신규투자는 1228개사, 2조 6754억원으로 전년동기(1151개사, 2조 2524억원) 대비 18.8%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ICT서비스가 32.1%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의료는 15.7%로 두 번째로 많이 투자됐다. 글로벌 바이오제약에 대한 벤처 투자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내 바이오·의료에 대한 투자도 초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급상승했으나 2022년과 2023년 큰 하락폭을 보인 바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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