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납은 현금 조달이 어렵다고 인정된 납세자가 비상장주식 등 다른 자산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가치 평가도 어렵고 경영권 지분이 아닌 경우가 많아 매각이 지지부진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금화하지 못한 물납주식은 309개에 달한다. 정부가 ‘애물단지’ 신세가 된 물납주식의 유동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정부는 상속인의 물납주식 매수권을 보장하는 우선매수제 신청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우선매수제는 상속인이 물납주식을 재매입할 수 있도록 최대 5년간 배타적 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2019년 도입됐지만 까다로운 신청 요건 탓에 지금까지 신청 기업이 아예 없었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과 ‘매출 3000억원 이하 중견기업’만 가능한 현행 신청 대상을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상속인 신청자 요건도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에서 ‘대표이사 또는 최대주주’로 넓힌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상속인의 매입 부담도 대폭 줄인다. 두 차례 이상 유찰된 물납주식은 물납가보다 높은 선에서 평가액 대비 20~50% 할인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기존에는 시장가치가 떨어진 유찰 주식도 상속인은 할인 없이 평가액 그대로 매입해야 했다. 하지만 할인이 적용되는 일반 입찰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우선매수 예약 신청 기간도 물납허가일로부터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정부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우량 물납주식을 매각하는 투자형매각제도도 손질한다. 기관투자가로 한정된 투자형매각 참여 대상을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일반법인까지 확대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대신 전문성이 높은 증권사가 투자자를 발굴하도록 하고 매각 성사 시 성공보수를 지급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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