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신체 중요 부위를 노출했던 사고에 연루됐던 인디밴드 멤버가 19년 만에 사과 영상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의견이 분분하다.
밴드 럭스의 멤버 원종희는 지난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2005년 '음악캠프' 방송사고-럭스 원종희 사과영상'이라는 제목으로 56초 분량의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원종희는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싸늘한 반응이다.
원종희가 언급한 방송 사고는 2005년 7월 30일 방송된 MBC '음악캠프'에서 발생했다. 당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을 소개하는 코너인 '이 노래 좋은가요'가 첫선을 보였는데, 당시 럭스와 함께 무대에 선 카우치 멤버와 스파이키 브랫츠 멤버가 공연 중 갑자기 하의를 탈의하고 하반신을 드러낸 채 뛰어다녔다.
돌발 상황에 카메라는 황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결국 신체 부위가 6~7초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 사고로 당시 '음악캠프' 진행을 맡았던 MC몽과 신지는 방송이 끝날 무렵 사과했고, MBC '뉴스데스크'에서도 해당 내용이 나와 방송사 차원에서 사과했다.
홍대 인디 음악계의 숨겨진 실력파들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노래 좋은가요'는 첫 방송 이후 폐지됐고, 충격적인 방송 사고 이후 인디 음악계 뮤지션들은 수년간 지상파 방송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더불어 당시 방송 담당자들도 다수 일자리를 잃었다. '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등을 연출했던 KBS 예능센터 권재영 PD는 지난해 5월 유튜브 방송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그 방송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며 "그중 한 사람이 제 와이프다. 당시 '음악캠프'의 메인 작가가 와이프였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들은 방송이 끝난 후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 됐다. 다만 젊은 나이의 혈기와 업무 방해의 고의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원종희의 뒤늦은 사과가 알려진 후에도 분위기는 냉담하다.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에 "영원히 잊히지 왜 굳이 지금 다시 언급하나", "당신들 때문에 무대에 설 기회를 날린 인디밴드들에겐 사과했나", "그들이 (하의를) 벗었을 때 같이 웃고, 캠코더를 찍을 게 아니라 바로 막아야 하지 않나", "당사자도 아닌데 왜 사과하냐" 등의 날 선 반응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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