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척추 수술을 집도하며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알려졌던 청담동 모 척추병원 L 모 회장(74)이 아내 K 모씨(46)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다.
16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L회장과 K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담긴 고발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됐다. 고발인은 L회장과 함께 오랫동안 병원과 협력 업체 자금 관리에 관여해 왔던 A씨로 파악됐다.
A씨는 고발장을 통해 L회장이 이 병원 협력 업체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L회장이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해당 병원의 자회사 두 곳 법인카드를 L회장과 K씨가 함께 나눠 사용하면서 2020년 12월경부터 올해 6월까지 총 4억3885만원을 횡령했다는 것.
A 씨는 "카드 사용 대금 내역이 업무용으로 보기 힘들어 보인다"며 유명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뿐 아니라 성형외과 시술, 해외 명품매장 등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고발장에 첨부했다. 법인카드 결제 항목 중엔 모 줄기세포연구원에 4회에 걸쳐 1억1000만원가량을 결제한 내역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자회사들은 병원종합관리·의료업무대행·의료기기 도매업, 의료 컨설팅·인력 공급업 등을 전문으로 하며, 주거래 업체는 L회장의 병원이다. L회장은 자회사 두 곳의 지분을 각각 100%, 53%를 보유해 두 기업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K씨는 이 중 한 곳의 비등기 이사 직책을 갖고 있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한경닷컴에 "법인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 카드를 사용하면 안 된다"며 "추후 피고발인의 여죄에 대한 별도의 고소·고발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L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은 전문의 30여명이 재직하고 있는 척추 전문 병원이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리디스크 수술을 집도한 인물로 유명세를 탔다.
업무상 횡령죄 고발 사실과 관련, L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한경닷컴에 "6월경 자회사 사내 이사였던 고발인 A씨의 업무 상 비리가 발견돼 한 곳에서는 해임됐고, 다른 한 곳에서는 이달 30일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A씨가 이에 대한 방어를 목적로 고발장을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카드사용내역에 관해서는 "L회장 측은 신용카드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어 정확히 어떤 건을 어떤 카드로 결제했는지 잘 모른다"며 "오랜 기간 A씨가 이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인이었기에 A씨가 해당 카드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리/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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