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공포 휩싸인 일본 열도...여행 가도 되나요?

입력 2024-08-16 09:22   수정 2024-08-16 09:23

[비즈니스 포커스]



주부 A 씨는 지난 4월 한 항공사에서 일본 히로시마행 항공권이 특가로 나온 것을 보고 재빨리 예약을 진행했다. 막바지 휴가철인 8월 20일로 날짜를 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어느덧 8월이 됐고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그는 최근 현지에서 묵을 호텔을 잡았다. 또 어디를 관광할지를 정하는 등 꼼꼼하게 여행계획도 세우며 해외여행의 꿈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오랫동안 기대했던 일본 여행은 결국 무산됐다.

출국일을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지난 13일 그는 이번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커지는 일본 지진 공포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A 씨는 “만에 하나 일본에 갔다가 지진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위약금을 30만원가량 내고 항공권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100~150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난카이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여행을 계획한 이들도 큰 고민에 빠졌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일본을 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위약금까지 내며 일본 여행을 취소하자니 아쉬우면서도 막상 경고를 무시하고 떠나자니 찜찜하다는 글들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 일본 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당분간 일본 여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난카이 대지진 공포’는 일본을 뒤흔드는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지난 8일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주의보)를 내리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날 일본 규슈 남부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7.1 규모의 지진이 난카이 해곡 대지진의 전조라고 본 것이다. 일본 정부는 8월 15일 주의보를 해지했으나 공포는 여전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까지 당초 예정했던 중앙아시아 순방 계획을 취소했을 정도다. 그 어느 때보다 대지진의 위기감이 크다는 증거다.

현지 분위기도 뒤숭숭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의미한다. 난카이 해곡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지역이다.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해역까지 태평양 연안에 길게 이어져 있다.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그간 도카이 혹은 도난카이, 난카이 지역, 이렇게 세 지역을 바꿔가며 8.0 초반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왔다. 문제는 이 세 지역의 지진이 연쇄적으로 부서지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도호쿠에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유사한 수준의(규모 9.0)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예상이다.

피해 규모는 동일본 대지진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1만80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폭발했으며 일본 전역에서 정전이 일어나며 기업활동이 중단되는 등 경제도 사실상 마비됐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당시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사망·실종자 23만 명, 건물 209만 채 파손 등 큰 피해를 예상했다. 동일본 대지진 인명 피해의 12배가 넘는 규모다.

특히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이내 대지진 발생 확률을 70∼80%라고 보고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반드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열도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생필품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 휴대폰에는 수시로 ‘재난 경보’가 울리는 상황이다.

거짓 정보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지진운’ 검색 사례가 미야자키현 지진 발생일인 8월 8일부터 급격히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진운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특이한 형태의 구름을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지진운’ 키워드를 검색해 일본 누리꾼들이 직접 찍은 구름 사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등 이에 따른 공포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서도 일본 관광 취소 줄이어
해외에서도 일본 대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속되는 엔저로 물가가 싼 일본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앞둔 이들 사이에서는 계획된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이를테면 중국에서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일본 여행을 대거 취소하거나 서둘러 귀국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여행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많은 여행객이 일본 현지 호텔 예약을 취소해 호텔비를 전액 환불해줬다고 보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도 일본행 항공편 예약을 취소했다는 중국 관광객들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일본을 많이 찾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여행업계에 따르면 아직 일본 항공편을 실제로 취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나투어 관계자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일본 여행이 안전한지에 대한 문의 전화는 많이 오고 있지만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들도 같은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향후엔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항공권 가격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7월 말까지 40만원에 육박했던 인천~오사카 항공권값은 최근 2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등에도 취소 수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일본 여행을 취소해야겠다는 글들이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일본 여행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경비즈니스와의 통화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난카이에서 반드시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30년 이내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최대 80%라고 했는데 정확한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이라도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현재로선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쿄나 오사카 역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걱정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난카이 대지진 주기가 평균적으로 110년 정도 되기 때문에 지진 발생 가능은 하지만 현재는 아주 높은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일본 정부에 의하면 마지막으로 난카이 대지진이 있었던 것은 1946년이다. 당시 와카야마현 앞바다에서 8.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며 133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아울러 3만5000채에 달하는 가옥이 무너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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