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는 살인자"…전현희 막말에 아수라장 된 청문회

입력 2024-08-14 17:51   수정 2024-08-15 02:1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4일 열린 ‘검사 탄핵’ 청문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주제였던 ‘검사 탄핵’ 문제 대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을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탄핵소추 당사자로 지목된 김영철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비롯해 증인 20명 중 19명이 불출석한 가운데 여야는 정치 공방만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주제와 상관없는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을 놓고 막말 공방을 벌였다. 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권익위 간부 사망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당신 때문에) 그분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본인은 그분의 죽음에 죄가 없느냐”고 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윤석열 정부 초기까지 권익위원장을 지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느냐. 300만원(짜리 명품백)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응수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송 의원을 향해 “부끄럽다. 김건희한테 그렇게 딸랑딸랑해도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못 하더니만 기본적 양심은 있어야지”라고도 했다.

전 의원의 추가 발언에 여야 간 대치는 극에 달했다. 전 의원은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이다. 살인자다”라고 소리쳤다. 위원장 제지에도 여야 의원들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서로 삿대질하며 고성을 질렀고, 청문회는 15분간 정회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날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당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명의로 제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 의원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걸핏하면 국회로 불러 윽박지르고, 공무원연금 박탈 발언 등으로 압박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니라 민주당”이라며 “민생을 논의해야 할 국회가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해방구가 된 점에 국민들은 분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주제였던 검사탄핵 문제에 대한 논의는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해 다소 맥이 풀린 상태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김 차장검사가 ‘2016년 국정 농단 수사 당시 주요 피의자인 장시호 씨에게 수사 정보를 누설했다’는 이유로 탄핵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김 차장검사를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검사는 전날 낸 입장문에서 “소추 대상자는 본인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절차의 증인이 될 수 없고, 증인으로 출석해도 진술을 강제 받아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불출석 이유를 밝혔다.

증인 신청 대상자 가운데 친야(親野) 성향인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만 유일하게 출석했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불출석 증인을 모두 고발하겠다고 했다. 송 의원은 “검사징계법 등 검사 징계 수단이 있음에도 아까운 시간을 들여 탄핵 청문회를 여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간에는 민주당이 탄핵당이냐는 말이 나온다. 장마가 끝나고 탄저병이 도는데 국회에서는 탄핵당이 돈다고 한다”며 “검사 탄핵은 수사 방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소추 대상자인) 검사 4명의 공통점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거나 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했다는 것”이라며 “향후 세 번 더 열릴 청문회에서도 검사 망신 주기를 반복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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