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초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금융시장에서 자주 실패한다. 왜 그럴까?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변수를 올바르게 맞혀야 하는데, 이를 여러 번 계속 맞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교한 기법을 활용하는 아주 똑똑한 사람들도 말이다.
1. X: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벤트)
2. Y: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시장 반응)
“X가 일어나면 Y가 발생한다”는 공식은 간단하게 들리지만 가장 뛰어난 투자자나 트레이더들도 이 두 변수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확신을 가지고 예측을 하는 사람들의 말은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틀리기 때문이다.
가령 지난 8월 5일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폭락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코스피·코스닥은 2020년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폭락의 원인은 경기침체 공포, 일본의 금리인상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이스라엘-이란 갈등 고조, AI 버블, 워런 버핏의 애플 주식 매도가 센티멘트에 악영향을 끼친 점 등이 제기되는데 전부 사후 해석이고 명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다.
시장 폭락과 원인 X를 정확하게 알아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지 Y를 예측한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한편 현재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벤트 중 하나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이다. 미국 대선은 크립토 시장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등장해 “비트코인을 절대로 팔지 말아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지정하고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후 비트코인은 일종의 트럼프 테마로 분류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시장에는 현재 트럼프가 승리하면(X), 이는 크립토에 긍정적일 것(Y)이라는 믿음이 있다. 반대로 해리스가 승리하면(X), 이는 크립토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를 투자와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미국 대선을 생각해보자. 당시 대다수는 (X)힐러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Y)만약 힐러리가 패배하고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시장 혼란과 주식시장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예측 모두 틀렸다.
트럼프가 승리했고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를 트럼프-친크립토 대 해리스-반크립토라는 단순한 서사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편 예측 시장과 관련, 최근 폴리마켓의 부상이 인상적이다.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측 시장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다양한 미래 이벤트에 대해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이 맞으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벤트는 정치, 스포츠,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며 사용자는 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베팅할 수 있다.
폴리마켓은 폴리곤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며 예측 시장을 분산화하여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사용자는 ‘Yes’ 또는 ‘No’로 답할 수 있는 질문 형태로 제시된 다양한 예측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특정 후보가 승리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예측하고 해당 이벤트 결과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다.
폴리마켓의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가 예측을 통해 특정 이벤트에 대한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예측의 결과는 실시간으로 변동하며 이 변동성은 시장참여자들이 예측에 대한 자신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되고 누구나 예측 시장을 새롭게 생성하거나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폴리마켓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올해 피터틸 파운더스 펀드 등으로부터 45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폴리마켓은 예측에 있어서 X, 즉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 것인가를 두고 집단지성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로 활용되는 통상적인 이벤트(예를 들어 Fed 금리, CPI, 고용 지표 등등)는 이미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거대한 예측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PI가 낮게 나오면(X), Fed가 금리인하 할 확률이 높고(X), 이는 위험 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다(Y)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로 기능하고 있지 않은 사건은 폴리마켓 같은 곳이 아니면 시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기 어렵고 집단지성을 수치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폴리마켓에도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 기반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10만 명 이하의 사용자들이 폴리마켓 베팅에 참여하고 있고 대부분 크립토 월렛을 사용하는 것에 친숙한 사람들이다. 폴리마켓 사용자 규모가 미국 유권자의 0.1%도 안 되지만 폴리마켓에서 미국 대선후보 확률과 크립토 가격이 종종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은 흥미롭다. 가령 트럼프 승률이 올라가면 크립토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해리스 승률이 올라가면 크립토 가격이 내려가는 식이다.
현재 폴리마켓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는 미국 정치이고 그다음이 스포츠이다. 미국 대선과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과연 어떤 분야가 떠오를지, 폴리마켓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미국 대선 결과가 현재 X와 Y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 (트럼프가 이길 확률이 높고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크립토 가격은 오른다)와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하다. 트럼프가 당선될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크립토는 오를까? 모를 일이다. 참고로 8월 15일 기준 폴리마켓은 해리스와 트럼프의 승률을 각각 54%, 45%로 보고 있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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