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단체 "이사 충실의무 확대, 시장에 혼란만 초래"

입력 2024-08-15 17:41   수정 2024-08-15 17:44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종전 '회사'에서 '주주'까지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된 가운데, 실제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늘어나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재계 주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용역을 수행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제기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상법 개정 땐 소송 증가와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근 그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속속 발의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이사회가 인수·합병(M&A)이나 기업분할 같은 경영상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소액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토록 명시적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먼저 "이사의 충실의무란 이사가 회사에 충성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면 이는 '이사와 주주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이사는 주총 결의를 집행하는 사람이기에 이사와 주주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전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 교수는 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추가하자는 주장은 되레 소액주주에 대한 '반비례적 이익'을 보장하려는 시도가 돼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일본, 프랑스 등 6개국 법률 분석 결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최 교수는 "상법이 개정되면 오히려 소송 증가와 주주 간 갈등 증폭으로 기업 경영상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법률로 일반화하기보다 현행법과 판례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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