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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주들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명품을 쓸어 담던 ‘큰손’ 중국인이 지갑을 닫으면서 주요 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기 침체로 당분간 수요 회복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전망도 암울해지고 있다
○‘차이나 쇼크’에 추락하는 버버리
영국 대표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는 14일(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에서 666.40펜스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개월 사이 48.60% 급락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버버리의 2025회계연도 1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4억5800만파운드(약 8221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국 매출이 각각 23%, 21% 줄었다.
다른 명품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을 소유한 프랑스 명품사 케링은 주가가 반년 새 40.36%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크리스찬디올(-23.33%), 세계 1위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21.02%) 주가도 고꾸라졌다. 케링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1% 줄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구찌 매출이 20% 급감한 여파다. 상반기 루이비통모에헤네시 매출도 전년보다 1% 감소했다. 2분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일본 제외) 지역 매출이 14% 떨어지며 실적을 끌어내렸다. 오메가·블랑팡 등 고급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스와치그룹(-13.74%)과 리치몬드(-4.95%) 주가도 약세다. 두 기업 모두 중국권 매출이 감소하며 실적이 주춤했다. 에르메스는 2분기 매출이 37억유로로 작년보다 13% 늘어나는 등 비교적 선전했다. 다만 지난해 20%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이 둔화했다.
○주가 전망도 암울…“하반기 소폭 회복”
명품주 주가가 반등하려면 중국 시장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명품 수요처로 꼽힌다. 컨설팅 회사 베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사치품 지출액 3620억유로(약 500조원) 가운데 중국 비중이 16%에 달했다.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디플레이션 압력, 현지 실업률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업계에선 당분간 명품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베인은 지난해 12%로 집계된 중국 내 럭셔리 매출 증가율이 올해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말 버버리그룹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했다. 도이체방크도 지난달 이 회사 목표주가를 기존 1030펜스에서 800펜스로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도 루이비통모에헤네시 목표주가(915→860유로)를 낮췄다. 스와치그룹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달 바클레이스(189→153스위스프랑), UBS(192→175스위스프랑), 모건스탠리(185→175스위스프랑)가 낮춰 잡았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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