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으로 구성된 ‘8·15 통일 독트린’을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개했다. 독트린의 제목은 ‘자유 통일을 위한 도전과 응전’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30년 만에 보완한 통일 구상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기존 통일방안에 없던 ‘자유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북한 정권의 선의에 기대는 대신 한국이 선제적으로 통일 계획을 이끌고 주도하는 계획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3대 통일 추진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선 한국이 자유통일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가치관과 역량을 키우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열망해 통일을 원하도록 만들자는 계획이다. 동시에 자유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자는 목표다.
한국이 추진할 구체적인 통일 전략을 추가한 점도 특징이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 만들어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냉전 종식 이후 통일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해 ‘때가 되면 통일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도 북한은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신냉전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김 차장은 “지난 30년 동안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첫 단추인 화해 협력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제 북한 정권의 선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제적으로 실천하고 이끌어나갈 행동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화협의체와 관련, “남북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며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평화 보장과 생활 개선 등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대화 협의체 문제는 북한 당국의 호응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등의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갑자기 남북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는 장면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이 북한과의 협력보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북한 체제를 존중하면서 상호 화해한 뒤 통일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독트린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 북한이 변화하도록 이끌겠다는 전략이 담겼다는 이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 줌의 극우세력 규합용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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