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도 못 이겨요"…잠깐 살다가는데 인기 폭발한 아파트 [대치동 이야기?]

입력 2024-08-19 08:35   수정 2024-08-19 10:28


‘정통 대치동 부촌’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1동. 수도권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도곡역을 낀 더블 역세권이자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다. 이들 아파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십년간 대치동에서 나고 자란 70대 이상 조부모들부터 아이를 둔 의사 부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터라는 것이다. 대치초, 대청중, 숙명여중 등 학구열이 높은 초·중학교부터 숙명여고 등 유명 여고와 단대부고, 중동고, 휘문고 등 자사고가 인접해 있어 학부모들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대치동으로 전세로 들어오는 학부모들까지 적지 않다. 이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0억원을 훌쩍 넘는 데다 전세로 들어가도 15억~18억원은 기본. 그런데도 “웃돈 주고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서 속 터진다”는 말이 나온다. 비싼 가격에도 경제적 여건이 충분한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춰서다. 심지어 조부모가 집을 소유했는데 아이만 공부를 위해 조부모 집으로 보내는 형태도 있다.
30년 넘은 부자 아파트 ‘우선미’ 굳건

대치동 부촌을 대표하는 아파트로는 래미안대치팰리스, 개포우성아파트, 선경아파트, 한보미도맨션이 ‘4 대장’으로 꼽힌다. 1980년대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재건축 아파트인 ‘우선미’(우성·선경·미도)와 2015년에 지어져 비교적 신축 아파트에 해당하는 ‘래대팰’(래미안대치팰리스)로 나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미스코리아 진선미가 있다면 대치동에는 우선미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지어진 지 40년 넘는 대치동 대장 아파트이자 꾸준히 신고가를 기록하는 아파트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1000가구 이상 대형 단지에 75% 이상이 132~198㎡(40~60평)대의 중대형 평수를 가졌다.

대치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우선미는 평균 매매가가 40억원대, 전세는 13억~17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1980년대 시세를 봐도 우선미는 압구정이나 반포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밀리지 않았다”며 “수요가 꾸준히 많기 때문에 집값이 현재 높게 형성된 반포보다 전세가가 2억~3억원 정도 높다”고 말했다.

1983년 2436가구, 총 12개 동으로 준공돼 올해로 42년 차에 접어든 한보미도맨션은 대치동에서 가장 큰 대단지다. 최근 매매 실거래가 51억9000만원(11층, 217㎡(65평)기준)에 달할 만큼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치역, 학여울역, 개포동역, 대모산입구역이 가까운 역세권이자 단지에서 대곡초까지 도보 2분 걸리는 학세권 아파트라서다.


아파트가 지어졌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거주하는 노부부부터 아이를 둔 부모를 포함한 4인 가구의 실거주가 많다. 중동고, 휘문고, 단대부고 등 3대 남자 자사고 재학생을 둔 부모들도 눈독을 들인다. 이 단지가 생기고 7년 뒤인 1990년에는 한보미도맨션 3차가 생겨났는데 총 1개 동으로 전용면적은 최대 평수인 220.11㎡(66평) 하나뿐이다.

대치역 사거리에 위치한 선경 1·2차 아파트도 미도아파트가 입주했을 시기 대치동에 터를 잡았다. 이 아파트 역시 1034가구, 총 12개 동으로 이뤄진 대단지 아파트다. 전용면적은 101.66~186.36㎡(31~56평)로 구성돼있다. 이 아파트는 초품아이자 더블 역세권이란 장점 덕분에 최근 매매가를 보면 이달 8일 12층, 182㎡(55평)가 45억원에 팔리며 가격 오름세가 과열된 양상을 보인다.

올해로 지어진 지 42년 된 대치동 개포 우성 1·2차는 1140가구의 대단지아파트다. 역시 대치초가 인접해 있고 도곡역, 대치역 더블역세권이다.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평당가가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 등 랜드마크 단지보다도 입지가 나아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 기대감이 선반영된 탓도 있다”고 귀띔했다.

세 아파트 모두 공통적으로 학군이 좋다는 점이 부모들 입장에선 끌리는 요소다. C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치동 부모들은 초등학교 중에서도 대도·대치초를, 중학교는 학구열이 제일 높기로 유명한 대청중을 선호하는데 이들 학교가 다 가깝다”며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무리하게 전세로 들어오는 젊은 부부도 많다”고 설명했다.

낡은 아파트더라도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고 결국엔 학교 때문에 우선미를 찾는다고 할 수 있다. 대치동 메인 학원가도 도보권으로 가까우니 소득 높은 부모들 입장에선 적합한 매물 찾기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학부모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는데 업계에서는 재건축까지 최소 10~15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치 시세 1위 신흥 강자 ‘래대팰’

“30평대는 사려고 하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집주인이) 최고가 이상 부르는데도 1억~2억 웃돈 얹어서 산다는 사람이 많아요. 대기자는 넘쳐나는데 매물이 없죠. 대치동에 터를 잡는 부모들은 지방에서 애 공부 때문에 왔다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는데도 낡은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요즘 대치동 아파트 최강자는 재건축해 2015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9년이 된 래미안대치팰리스다. 래대팰 1단지는 1287가구 총 13동, 2단지는 장기전세 20가구를 포함한 330가구에 총 4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 대단지 아파트다. 학교는 대청중, 단대부중, 숙명여중·여고, 휘문·중동고가 가깝다. 메인 학원가인 한티역부터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까지도 인근에 위치했다. 도곡역, 대치역, 한티역을 낀 트리플역세권으로 핵심 위치에 있다.

이렇다 보니 래대팰은 최근 대치동에서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된 아파트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평균 매매가가 34억~51억원에 달하고 전세가도 18억~29억, 35억 수준에 형성된 만큼 대치동에서 시세 기준 최강자다. D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축이라는 점과 커뮤니티를 끼고 있다는 게 커서 매물이 없다. 매매로 34평이 최근 거래된 36억원보다 더 비싼 37억원 이상도 내겠다고 하는데도 집주인이 안 판다고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1억~2억원가량 웃돈 주고 구매하려 해도 집주인이 안 팔아서 못사는 아파트’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이 대표는 “래대팰에 실거주하는 이들은 의사 부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전·월세도 시세가 17억~20억원으로 형성돼있는데 유독 래대팰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려는 사람 또는 무리해서 집을 사는 이들보단 경제적 여건이 충분한 이들의 수요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래대팰은 돈이 없어서 전세로 들어가는 아파트가 아니다. 압구정 등에 더 좋은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애들 공부 때문에 잠깐 거주했다 나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말했다.

래대팰은 앞서 올 들어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대팰 전용면적 151㎡는 지난 4월 47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7월 기록한 44억5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오른 신고가였다. 압구정동 ‘신현대12차’ 121㎡,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도 각각 47억6500만 원과 17억1500만원에 거래돼 종전 최고가보다 51%, 8%씩 올랐다.

업계에서는 래대팰이 10~15년간 대치동에서 시세가 제일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치 학군을 주로 다루는 공인중개사사무소 한 대표는 “휘문고나 중동고 같이 자사고가 인접한 신축 아파트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긴 했지만 래대팰을 못 이기는 이유가 있다. 래대팰은 신축 아파트 남부럽지 않은 수영장, 테니스 등 커뮤니티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안 밀린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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