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들썩이는 보톡스 기업들

입력 2024-09-02 09:43   수정 2024-09-02 09:44

[마켓 트렌드]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0년간 글로벌 톡신 시장을 과점했던 미국 애브비가 최근 3년간 제품 가격을 인상하자 소비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경쟁사인 갈더마, 에볼루스, 머츠 등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선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부터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실적 개선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신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신규 제품의 허가가 나면 수출 물량이 3.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평균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33.8%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분기 실적 최고치 경신한 보톡스 업체들

지난 2분기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평균 42%에 달했다.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 등의 소송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법무비가 감소한 데다 해외 수요 증가로 인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휴젤은 2분기 매출 955억 원, 영업이익 42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1%, 영업이익은 51.8%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수출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308억 원이었다. 아시아향 톡신 매출이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249억 원(전년 대비 성장률 96.7%)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비용은 분기당 약 40억 원이었으나, 2분기 20억 원으로 감소했다. 휴젤 아메리카의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를 줄인 결과 영업이익률은 44%로 나타났다.

파마리서치는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2분기 매출은 833억 원(24.7%), 영업이익은 308억 원(30.1%)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의 시술 건수가 증가하고 국내 기존 수요가 합쳐져 내수향 의료기기 사업부의 매출이 314억 원(36%)에 달했다. ‘리쥬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리쥬란 화장품 사업부가 58%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36.9%로 높아졌다.

메디톡스는 2분기 매출 650억 원(25%), 영업이익 143억 원(49%)을 달성했다. '코어톡스' 기반의 성장으로 국내 톡신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88% 증가한 180억 원으로 나타났다. 외국 내 고른 성장으로 인해 톡신 수출은 160억 원(24%)으로 집계됐다. 메디톡스는 소송 비용이 큰 폭 감소하며 수익성이 회복됐다. 법무 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는 1분기 174억 원에서 2분기 9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분기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웅제약도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의 인기에 힘입어 역시 분기 최대 영업익을 달성했다. 올 2분기 매출 3255억 원(6%), 영업이익 496억 원(37.1%)을 기록했다. 타 사업부를 제외한 나보타의 2분기 매출은 531억 원(62.4%)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나보타 덕분에 대웅제약의 영업이익률은 15.2%로 상승했다.



폭락장 이후 주가 최고 40% 급등

보툴리눔 톡신은 극소량으로도 인간에게 치명적이어서 균주의 취득과 생산, 유통 과정에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승인을 받아야 하고 각 국가의 생산 설비에 대한 허가 승인이 필요해 공장 증설이 쉽지 않다. 진입장벽이 두터워 일부 업체의 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동안 메디톡스, 휴젤 등이 시장을 주도했던 이 시장은 대웅제약, 파마리서치 등 후발 주자들이 뛰어들며 현재는 10여 곳의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뺏고 빼앗기는 점유율 경쟁이 이어졌다. 경쟁사 간 특허 소송과 식약처의 행정 처분, 해외 시장 진출 등 주요 이벤트에 따라 주가도 출렁였다.

보툴리눔 톡신 섹터 기업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2020년 이전엔 메디톡스가 1위를 달렸다. 그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취소 사태 이후 휴젤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민사소송으로 주가 변동성을 키우다가 메디톡스가 ITC 예비 판결에서 패소한 이후 반등을 꾀하고 있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의 주가는 들썩이고 있다. 지난 6월 14일 파마리서치는 7% 상승한 1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조9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날 휴젤도 전일 대비 2.52% 상승한 26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1년 7월 23일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점(27만9500원)에 근접했다. 시가총액은 3조3000억 원에 육박했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지난 8월 5일 폭락장 이후 상승세가 가파르다. 파마리서치는 이 기간 42% 급등했고 휴젤은 25%, 메디톡스는 23% 올랐다. 대웅제약도 9.29% 상승하며 증시 반등을 주도했다.

증권가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이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를 거쳐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하는 내년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정희령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업체들의 수출입 데이터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상승하는 영업 레버리지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미용 시장의 성장과 공고했던 1위 사업자인 애브비의 점유율 하락, 국내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가 맞물리는 시점이어서다. 소송 비용 지출도 감소해 섹터 내 전 종목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젤과 메디톡스는 ITC 예비 판결 이후 분기당 약 50억~100억 원씩 사용되던 법무비가 순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휴젤은 미국 진출과 중국 내수 회복이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보툴렉스의 미국 제품명인 '레티보'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만큼 연내 고점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디톡스는 뉴럭스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제품명인 '주보'의 수출이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 에볼루스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4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4% 상향 조정했다. 대웅제약의 올해 에볼루스향 매출은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2023년 기준 주보의 미국 점유율이 11%에서, 2024년 13%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의 내년 예상 실적을 토대로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15.3배로 추정했다. 목표 PER인 21.3배 대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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