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손해를 봤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을 제기한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메이슨 캐피탈에 물어줘야 하는 배상금에 대해 관련자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법 합병'으로 세금 낭비와 국민 노후자금 손실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과 메이슨은 "한국 정부가 부당한 방법으로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 가치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며 ISDS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해 6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 달러(당시 환율 약 690억원), 지난 4월에는 메이슨에 3203만 달러(약 438억원)를 배상하라고 각각 판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소송 비용과 이자 비용 등을 포함하면 이들에게 배상해야 할 배상금이 총 2300억원(엘리엇 1500억원·메이슨800억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하라고 PCA가 판정한 5358만 달러는 엘리엇 측이 최초 청구한 7억7000만 달러의 약 7% 수준이다. 메이슨은 당초 2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요청했다. 이중 16%만 중재판정부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들은 "소멸 시효 등으로 인해 소송으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가 불필요한 시간 끌기를 계속한다면 세금과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회피한 데 대한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책임 관련자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언급했다. 앞선 2022년 대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인정된다며 복지부 장관과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각각 유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줬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그 주주의 이익이나 의사가 도외시된 바 없고 오히려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안정화는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행보가 향후 관련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치권의 요구는 지금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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