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서 남북 대화협의체 신설을 제안한 것을 두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한 측도 이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 관련 후속 조치들을 소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당국 간 실무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첫머리발언에서 이에 대해 "북한 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돼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재가동돼야 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 당국의 호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장관은 "이번 정부의 제안을 두고 북한이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도 우리 제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모든 의제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8·15 통일 독트린이 사실상 '흡수통일'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흡수통일이 힘에 의한, 강압적인 현상 변경에 의한 통일이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우리 정부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통일의 기본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주 등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또 통일 과정을 화해-협력단계,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로 세분화한 게 특징이다.
문제는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가 8·15 통일 독트린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화해-협력단계는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는 데 반해 8·15 통일 독트린은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등을 확대해 북한 주민 스스로 자유를 원하게끔 유도해 자유 평화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북한과의 화해-협력 방안은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지금은 화해-협력이라는 첫 단계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번 통일 비전과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통해서 그런(화해-협력)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화 협의체를 제의한 것도 바로 그런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남한을 '적대적인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남한과 북한을 별개의 나라로 취급하는 '2국가론'을 펼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 제안해도 김정은은 한국을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측이 대화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김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 장관은 "과거에도 실무급 대화에 착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위급 회담으로 전환된 경우가 있다"며 "현재 남북 간 신뢰가 없고,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성과를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기다리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셈이다. 통일 독트린 발표 전 북한과의 사전 물밑 접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우리 정부 독자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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