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4.5일제가 주목받았던 시기는 지난 총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4일(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이 공약은 만 18세 이상 국민과 기업인 6000명이 꼽은 인기 1위 정책으로 꼽혔다.
경기도는 구체적 지원 방안이 빠져 있던 총선 공약과 달리 세부적인 도입 규모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면서 주4.5일제에 시동을 걸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내 민간기업 50곳과 도 산하 공공기관 일부를 대상으로 주4.5일제를 도입하면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임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격주 주4일제 △주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근무제 중 하나를 노사 합의로 선택할 경우 경기도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도와 행정시, 공공기관에선 퇴근 시간이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로 앞당겨졌다. 대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추가 근무를 한다. 실제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이전과 같다. 또 주민 불편을 막기 위해 팀별로 30%씩 돌아가면서 주4.5일제를 이용한다. 제주·서귀포 의료원은 제외된다.
주4일제나 주4.5일제를 도입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SK 등이 대표적이다.
주4.5일제 도입 방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가장 쉽게 떠올리는 방식은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임금을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을 조정해 특정일만 평소보다 적게 일하는 방식이다. 현재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유형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근무시간도 줄이고 임금도 삭감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곳에서 주로 선택하고 있다. EBS가 대표적 사례다. EBS는 2023·2024년 임금·단체협약에서 임금 3%를 삭감하고 주4.5일제를 4개월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EBS 실적을 보면 2022년과 지난해 각각 256억원, 183억원씩 적자를 냈다.
주4.5일제를 운영 중인 국내 주요 기업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으로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4.5일제보다 더 나아간 주4일제 실험 결과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 주도로 진행된 연구 결과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한 기업·비영리단체 61곳 중 54곳은 실험 이후에도 이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가 10~49명인 기업들의 참여가 가장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꽤나 인상적인 결과라는 평이다.
이들 중 14곳의 기업 근로자 249명을 조사하자 96%가 개인 생활에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참여기업들 중에선 이직률이 감소하고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주4.5일제든, 주4일제든 기업 현장에 제도를 안착하려면 목적에 맞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에선 생산성 확대라는 목적과 달리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주35시간제를 시행하다 실패를 맛봐야 했다. 민주당의 주4일(4.5일)제 공약도 일자리 창출을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기업 입장에선 주4.5일제를 도입할 때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해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제도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특정일에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다른 날에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하게 되면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주4.5일제로 산업안전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4.5일제를 할 때 특정 주간에 연장수당으로 임금을 추가 지급하는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근로제를 활용해야 하고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당일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설비를 가동하는 제조기업의 경우 일부 인원을 남기게 될 텐데 이때는 산업안전 인력 부족으로 미흡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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