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6일 17: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화장품 회사가 디와이디가 건설회사 삼부토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 나선 상상인그룹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는 불투명하다. 담보로 잡은 디와이디 주가가 추락하는 데다 다른 담보자산인 삼부토건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상상인, 디와이디 자금조달 전방위 지원
디와이디는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24.81% 하락한 2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85원까지 하락해 1년 최저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 14일 감사인으로부터 상반기 재무제표와 관련해 '의견 거절'을 받은 결과다. 자회사인 삼부토건도 같은 날 나란히 '의견 거절'을 받은 것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삼부토건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주식 1750만주(당시 지분율 9.32%)를 700억원에 인수했다. 부족한 인수금을 충당하기 위해 상상인증권을 FI로 유치했다. 상상인증권 등은 삼부토건 지분 일부를 담보로 디와이디에 100억원을 빌려줬다. 올해 4월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12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차입금 담보로 삼부토건 주식을 제공했다.
디와이디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올 2월에 25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공모 발행할 때엔 상상인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BW 미매각 물량이 적잖게 발생하면서, 디와이디 발행주식 총수의 38.90%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떠안기도 했다. 상상인증권은 BW 일부를 디와이디 계열사인 대양디엔아이, 품에자산운용 등에 넘긴 뒤 일부를 주식 전환해 디와이디 지분 8.11%를 확보했다.
상상인증권,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삼부토건 전환사채(CB) 300억원도 인수하기도 했다. 디와이디·삼부토건의 FI로 역할을 했다.
○일부 담보에 반대매매 시작
디와이디가 삼부토건을 인수할 당시부터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디와이디는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 현금성 자산이 30억원에 불과했다. 대양디엔아이를 비롯한 계열사가 일부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상상인그룹도 FI로 등장하면서 인수를 겨우 매듭지었다.
하지만 인수효과는 크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782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 410억원을 냈다.
상상인그룹은 디와이디·삼부토건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섰다. 상상인증권 등은 7월부터 삼부토건 CB 절반 가량을 보통주로 전환해 장내에서 매각했다. 이일준 디와이디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최근 일부 담보 지분에 대해 반대매매를 행사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디와이디 지분 8.47% 가운데 2.11%가 반대 매매로 장내에 매각됐다.
이 회장은 계열사 대양디엔아이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부터 40억원을 빌리는 대가로 보유한 디와이디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긴 바 있다.
지난 9일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담보로 잡은 디와이디 보유 삼부토건 주식 일부에 대해서도 반대매매에 나섰다. 이에 따라 디와이디의 삼부토건 지분은 11.49%에서 4.98%로 줄었다.
디와이디 주가가 급락한 데다 삼부토건 주식이 거래 정지로 묶이면서 상상인그룹의 추가 자금 회수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반대 매매를 진행하면 주가가 하락해 상상인증권 등이 보유한 디와이디 지분 가치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상상인 관계자는 "삼부토건 잔여 지분에 대한 추가적 반대매매는 없을 것"이라며 "CB 등의 경우 향후 주가 추이를 살펴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 주식 전환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노리거나 풋옵션 행사를 통한 원리금 회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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