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막에 손상이 생겨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쇼트를 넘어 열폭주가 발생한다. 그동안 알려진 분리막 손상 요인으로는 배터리 셀 내부에서 나뭇가지 형태로 달라붙는 결정체인 리튬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찢는 현상이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와 자동차가 내뿜는 엄청난 열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지하에 고스란히 쌓였다가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를 높여 화재를 촉발했다는 얘기다. 배터리 내부가 뜨거워지면 전해질의 기화로 발생한 가스가 배터리 내부 압력을 증가시킨다. 그러면 분리막이 녹고, 쇼트가 일어나 열폭주가 발생한다. 열폭주가 한 번 발생하면 온도는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격 방지를 위해 하드 케이스로 패킹돼 불을 끄는 게 극도로 어렵다. 테슬라 내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화재 진화에 1시간이 소요된 반면 전기차 화재는 8시간이나 걸렸다. 필요한 물의 양도 내연차 1t, 전기차 110t으로 차이가 컸다. 이처럼 리튬이온배터리는 태생적으로 화재와 폭발에 취약하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1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리튬에 의한 화재였다. 당시 공장에 있던 리튬전지 3만5000개가 모두 폭발하고 스스로 다 타서 꺼진 뒤에야 진화 작업이 가능했을 정도로 열폭주 현상은 심각했다.
배터리 화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을 뿌려 주변 온도를 낮추는 주수소화, 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을 냉각하는 상방향 방사 장치, 연기 발생 억제 및 외부 화염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덮개, 전기차를 이동식 소화 수조에 담그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양극과 음극의 접촉 차단을 위해 분리막을 더욱 촘촘히 쌓아 손상 위험을 줄이는 ‘Z스태킹 공법’을 도입했다. 분리막을 세라믹으로 코팅해 강도를 강화해서 손상을 방지하고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양극재·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막는 시도도 활발하다.
넘어야 할 난제는 많다. 전고체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여서 이온의 이동이 액체 전해질보다 느리다. 전지 성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및 전동공구 업체인 독일 보쉬는 2015년 전고체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시오를 인수했다가 2018년 매각했다. 다이슨은 2015년 미국의 전고체배터리 관련 업체 삭티3를 인수했지만 2018년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도요타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1년에서 2025년, 2028년으로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해 전고체배터리가 미래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전고체배터리가 2~3년 뒤 출시된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높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면 전고체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양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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