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과도한 통제, 사그라드는 혁신…중국은 어디로 가나

입력 2024-08-16 18:33   수정 2024-08-17 01:31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1월, 중국에서 정부의 가혹한 봉쇄 조치에 반발한 시위가 일어났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각지의 도시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거리와 대학 캠퍼스로 쏟아져 나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을 외쳤다. 당시 일부 외신에선 시진핑 정권을 흔드는 시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중국 정부가 시위 주동자를 색출하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자 반체제·반시진핑 운동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국가가 모든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종교·사상 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 공산당의 지배 아래 문화대혁명 등 국가적 재앙을 수차례 겪었는데도 G2(주요 2개국)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국가. 야성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중국필패>에서 전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공산국가이자 독재국가인 중국이 정치·경제 시스템을 존속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저자는 외부자와 내부자 양쪽의 시선으로 중국을 분석한다.

저자는 중국이 다른 어떤 독재 국가보다 권위적이라고 설명한다. 러시아와 비교해도 그렇다. 러시아에선 비록 심한 검열이 있긴 해도 구글 운영이 가능하지만, 중국에선 아예 금지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서는 야당은 정부의 표적이지만 여전히 합법적인 정당이고, 푸틴의 비판자 중 일부는 상당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비판 세력을 침묵시키기 위해 비합법적인 수단에 의존해야 하는 푸틴과 달리, 시진핑은 국가의 모든 기관을 동원해 비판자들을 추적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중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권위적 체제는 수나라에서 587년 도입한 황실 조정의 관료 채용 시험인 과거(科擧) 제도로부터 출발했다고 황 교수는 주장한다. 과거는 나라의 모든 인재에게 유교라는 단 하나의 사상만을 통일된 커리큘럼으로 교육했다. 3년 주기로 실시되는 시험에서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지식인들은 골방에 숨어 암기에 몰두해야만 했다. 시험 성적에 따라 개인마다 철저히 등수가 매겨지고 위계가 부여됐다.

과거는 이른바 ‘말 잘 듣는 고분고분한 인재’를 선발하기에 안성맞춤인 제도였다. 그 결과 중국의 지식인 사회는 획일화됐다. 1000년에 걸쳐 중국 사회의 가치관과 이념, 사상의 기준은 성리학이란 좁은 범위에 갇혀 있었다. 과거를 주최한 국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최고의 인적 자본을 독점했다. 동시에 종교·상인·기타 지식인 집단 등이 인재를 확보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웠다. 관료제 외부에서 ‘사회’는 조직될 수 없었다. 중국에서 독립적인 지식인 계층이 성장하지 못한 배경이다.

중국공산당은 인구 14억 명에 달하는 나라에서 여전히 사상과 가치, 행동의 동질화를 고집하고 있다. 다만 왕조 시대 중국과 달리 중국공산당은 능력주의를 채택해 안정과 발전을 동시에 달성해 왔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은 경제적·기술적 성장을 위해 민간에 상당 부분 자율을 줬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서양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미국에 이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바라보는 중국의 미래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2018년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해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한 중국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책의 제목처럼 비극에 가깝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전 정권의 개혁주의 노선에서 후퇴한 과도한 통제가 결국 혁신을 훼손해 국가 파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상당수 민간 기업은 국유화되거나 정부의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정치적 불안정도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시진핑의 극단적 정책을 언급하며 “중국공산당의 수명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건강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진단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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