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착한 척 말라! 상대방 신발을 신어보라!…경청의 조건

입력 2024-08-16 18:28   수정 2024-08-17 01:33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직장에서 세대 갈등이 이어지면서 상사는 부하 직원을 향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부하 직원은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속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부모는 자녀를 윽박지르고 자녀는 그런 부모에게 등을 돌린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지도자의 모습은 어떤가? 글로 옮기기에 부끄러운 장면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매일 비춰지고 있다.

서점가에서 말이나 대화법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이런 책들을 읽으며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일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 의사소통 전략 그리고 잡담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책들이 항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대단한 경청(すごい傾)>도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구라 히로시는 최근 들어 거의 모든 종류의 대화에서 불통이 발생하는 이유가 ‘경청하지 않는 문화’ 때문이라고 전한다. 많은 사람이 경청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청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효과를 소개한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며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다가 알프레드 아들러를 만난 오구라는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을 컨설팅에 접목해 1년에 300회가 넘는 강연을 하는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책 <대단한 경청>은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주창한 ‘인본주의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다. 로저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이 ‘경청’이라고 주장하면서 ‘공감적 듣기’와 ‘진정성에 기반한 존중’을 대화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다.

책을 시작하며 저자는 ‘잘못된 경청’과 ‘대단한 경청’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두 개의 만화를 소개한다. 스스로 경청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전혀 아니라고 소문 난 스베리카와 과장이 주인공인 ‘엉뚱한 소리’라는 제목의 만화, 그리고 부하 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스고야마 과장이 등장하는 ‘대단한 경청’이란 만화다. 이후에도 책의 적재적소에 만화 장면이 등장해 경청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책은 대단한 경청을 위한 ‘세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 법칙은 “좋은 사람인 척하지 마라. ‘그대로’ 있어라”다. 대화하는 순간 가면을 벗어야 하며, 역할 연기를 그만두고 자기다움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법칙은 “듣지 말고 함께 체험하라”다.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상대의 경험에 함께 공감하며 상대의 입장이 돼 보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법칙은 “‘사고’를 쫓지 말고 ‘감정’을 따라가라”다. 대화가 깊어지고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건이나 사고가 아니라 감정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줌으로써 감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라!” 상대방의 입장이 돼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보라는 뜻이다. 책은 경청을 위해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 보라고 강조한다. 경청은 그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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