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티메프 사태 불똥 맞은 e커머스 스타트업

입력 2024-08-16 17:37   수정 2024-08-17 00:40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 중소 e커머스 스타트업의 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우리 회사는 재무적으로 문제가 없고, 정산도 잘하고 있으니 세상에 좀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이들 회사가 적극적으로 설명에 나선 것은 커머스 스타트업 재무 상황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져서다. 한 커머스 플랫폼 대표는 “우리는 한 번도 정산이 밀린 적 없는데 티메프 사태 이후 셀러들이 우르르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플랫폼 관계자는 “한 달 전까지 긍정적으로 진행되던 투자 유치 논의가 갑자기 멈췄다”고 했다.

티메프에 상품을 내놨다가 직접적인 손해를 본 곳도 있고, 티메프 정산을 받지 못한 셀러의 구매 여력이 줄면서 상품을 못 받아 고민인 회사도 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건전성을 의심받거나 셀러들이 이용을 꺼리는 플랫폼도 적지 않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태워 이용자를 모은 뒤 수익을 찾는 기존 e커머스 사업 모델 자체에 의구심을 보이는 사람도 늘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플랫폼들이 판매대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며 “사업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방만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사업 구조를 짠 곳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의심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커머스 스타트업은 “겨우 흑자 구조를 만들어 하반기에 수익성을 쭉 올려보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여의찮게 됐다”며 “정산도 경쟁사보다 빨리해주고 있는데 한꺼번에 싸잡혀 악덕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티메프 사태 대책으로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전면 의무화 등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일률 규제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스타트업들엔 상당한 위협이다. 한 여행 스타트업 대표는 “에스크로가 가능한 서비스가 있고, 적용이 어려운 서비스가 있다. 모든 e커머스에 적용하겠다는 건 플랫폼 비즈니스가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했다. ‘기울어진 규제 운동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제 관련 비용이 커지면 여기서 자유로운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취약한 셀러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스타트업도 남의 돈을 태워 이용자를 모으는 것 이상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 전체에 대한 편견과 무차별적 규제로 건강한 스타트업을 함께 죽이는 결과를 낳으면 안 된다.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규제가 유망한 중소형 커머스 플랫폼까지 시장에서 내쫓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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