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 北드론 잡는 '다층 방패' 만든다

입력 2024-08-16 17:40   수정 2024-08-19 10:19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드론 방호 체계 구축에 나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 전쟁이 무인 비행체(드론)를 활용한 대결 양상을 띠면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의 자체 방어망 구축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북한발 드론과 쓰레기 풍선이 침범하는 등 수도권 상공에서의 위협이 실체화하고 있어 서울시가 수도방위사령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가시티 대드론 체계 구축’ 용역 착수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KAIST에 ‘메가시티 권역별 대드론 체계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북한의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방호 체계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대드론 방어 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가성비가 좋은 드론이 전쟁의 주력 무기로 등장하면서다. 2년 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부터 현대 전쟁이 ‘드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는 군에 드론 시스템 별도 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3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등 300기 이상의 공중 무기로 벌떼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드론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다. 2022년 12월 26일에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군이 파악해 대응했지만, 단 1대도 격추하거나 포획하지 못했다. 올해는 북한이 5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날려 보낸 쓰레기 풍선이 수도권 시민들의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1월과 12월, 그리고 올 6월 세 차례의 안보 포럼을 열고 북한의 EMP(전자기 펄스)와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시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 협업으로 주요 시설 방어망 구축
국내에서는 구미시가 2월에 산업통상자원부, 한화시스템 등과 ‘구미지역 국가중요시설 권역화 대드론 통합 방호 시범지구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총 2963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업단지 내 중요 시설이 많아 서둘러 시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을 권역화해 방어망 조성에 나선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 시내 대표 국가중요시설은 통신, 전기, 상수도, 교통, 금융망 등이다. 김명오 비상기획관은 “서울 지역 내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는 국가중요시설을 묶어서 방어하겠다는 의미”라며 “예산과 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드론 대응 방공 작전은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등 총 4단계로 이뤄진다. 비행체를 탐지하는 레이더, 식별하는 영상식별장치(EO/IR), 추적하는 무선주파수(RF) 스캐너, 전파 방해로 무기를 무력화하는 재머가 방호 체계의 한 세트다. 약 3㎞ 이내에 있는 드론을 식별해 타격하거나 전파를 교란해 비행 항로를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군 전력만으로는 전시 상황에서 수도 서울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우 육군대학 교수는 “북한의 무인기 능력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으나 구형 무인기 약 1000기 외에 다종, 다목적 드론 등을 활용하면 서울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상근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수도 서울 안에 있는 국가중요시설이 타격을 받으면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민·관·학이 총력을 기울여 안보 상황의 기틀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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