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탄소배출 줄었지만…불황으로 공장 덜 돌려 생긴 '착시'

입력 2024-08-16 17:57   수정 2024-08-17 02:26

국내에서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포스코는 지난해 7197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철강 업황 부진에도 배출량이 전년보다 2.5% 늘었다. ‘슈퍼사이클’이 찾아온 2021년엔 7848만t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시장 및 건설업 회복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공장 가동이 늘면서 배출량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계는 ‘203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공장 가동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애초 현실은 감안하지 않은 채 탄소중립 목표를 무리하게 제시해 국제사회와의 약속만 깨뜨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지난 4월 가결산을 통해 전환·산업·건물·수송 등 주요 4대 부문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원전·신재생 등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높여 전환 부문 배출량이 4.8%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 부문 상위 50대 민간 기업의 배출량 감소폭은 1.1%에 그쳤다. 다른 기업까지 합치면 감소폭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철강 전자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제조업이 지난해 불황을 겪어 배출량이 전년 대비 줄어든 착시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작년에 배출량이 급감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탄소 배출량 증가가 확실시된다. 석유화학과 정유업체도 내년엔 시황 회복으로 배출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 감축 기술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산업계는 수소환원제철과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해법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비용과 기술 문제로 2030년까지 CCUS 기술의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포스코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술 상용화일 뿐 현장에 100% 전면 적용되는 건 2050년부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30년 배출량을 2018년(7억2760만t)보다 40% 적은 4억3660만t으로 줄여야 한다. 6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부터 연평균 4.6%를 감축해야 달성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탄소 감축 활동을 지원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탄소 감축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세액공제 비율을 높였다. 하지만 2030 탄소중립 목표에 그나마 가까워지기 위해선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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