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6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지표는 일제히 부진했다. 7월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보다 1.4% 줄었다. 대형마트(할인점)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3.3% 감소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비는 6월엔 각각 1.5%, 1.9% 줄었다. 3분기 시작 첫 달인 7월에도 2분기에 이어 소비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투자·민간소비 등 내수 지표 부진 탓에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기재부는 이날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소비 지표 부진을 의식한 듯 지난달과 비교해 ‘내수 회복 조짐’ 앞에 ‘완만한’이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이다. 경기 회복 흐름도 지난달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지속되는 모습’으로 톤을 낮췄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내수 회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경기 회복이라는 큰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은 넉 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외부 기관 평가와는 온도 차가 있다. KDI는 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추며 핵심 이유로 ‘내수 부진’을 제시했다.
통계청의 6월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핵심 지표 10개 중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을 제외한 나머지 7개는 일제히 하강·둔화 국면에 진입했다. 6월에 이어 하강·둔화 지표가 두 달 연속 7개를 기록했다. 경기순환시계는 대표 경기지표 10개가 각각 ‘상승→둔화→하강→회복’이라는 경기 순환 국면 중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7월 기준 실시간 소비지표가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순환시계도 당분간 상승·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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