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 열풍 이 정도였나…강남도 아닌데 5억 뛰었다

입력 2024-08-17 07:41   수정 2024-08-17 07:42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선 분양가보다 20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동대문구 등 비강남에서도 ‘억 소리’ 나는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신축 위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청약 경쟁률이 치솟자 웃돈을 내고서라도 분양권·입주권을 매수하려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에선 10억원 프리미엄 기본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입주권·분양권은 총 488건이었다. 전년 동기(443건)보다 10% 늘었고 2022년 같은 기간(62건)과 비교하면 7.9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분양권은 청약 당첨자로부터,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으로부터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의 입주권 프리미엄은 최소 10억원을 넘는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전용면적 112㎡는 이달 44억원에 손바뀜했다. 2020년 7월 분양 당시 이 면적의 분양가는 19억원대 후반이었는데 4년 새 24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올해 초 공급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59㎡의 입주권은 지난달 29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분양가(17억3300만~17억4200만원)보다 12억원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선 올해 들어 88건의 입주권 거래가 발생하며 거래량 1위에 올랐다. 전용 84㎡의 몸값이 올해 1~2월만 해도 19억원대에 형성됐는데 지난달 24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같은 주택형의 분양가가 13억원인 걸 감안하면 이곳 역시 프리미엄이 10억원을 넘는다. 대형 주택형인 전용 134㎡는 지난달 31억5500만원에 팔렸다.

강북권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도 매수자가 분양가보다 최대 수억원의 웃돈을 얹어줘야 매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전용 74㎡ 분양권은 지난달보다 1억5000만원 비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전용 49㎡ 입주권과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벤처타운역푸르지오’(571가구) 전용 84㎡ 분양권엔 각각 1억8000만원, 6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최근엔 ‘손피’ 거래도 많아”
최근 전매제한 기간(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이 풀리는 선호 지역 단지가 여럿 나온 것도 분양권 매수세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예컨대 작년 8월 분양한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1063가구)은 이달 분양권 거래가 시작됐는데, 지난 16일까지 벌써 12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현재 올라와 있는 매물을 살펴보면 프리미엄이 최소 3억원, 최대 10억원에 달한다.

이달 말엔 래미안라그란데와 성동구 용답동 ‘청계 SK뷰’도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져 기대를 모은다. 청계 SK뷰는 183.4 대 1이라는 높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라 분양권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엔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개봉’(317가구)의 전매제한 기간이 종료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수인이 매도인한테 이른바 ‘손피’(손에 쥐는 프리미엄)를 맞춰주는 거래도 적지 않다. 분양권 양도세율은 66%에 달한다. 5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해도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매도인의 실세 시세차익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매수자가 이 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게 손피 거래다. 그만큼 매도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선 고가의 미분양 물건도 속속 완판되는 등 청약 열기가 매우 뜨겁다”며 “주택 가격 상승세를 따져볼 때 프리미엄을 줘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의식이 강한 만큼 분양권·입주권에 대한 관심이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권리를 승계하는 분양권 구입은 일반 기축을 매수하는 것보다 초기 투자자금이 적은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는 평가다.

이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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